수년에 걸친 주민들의 민원으로 시작된 소음저감 공사가 일반포장공사로 둔갑해 주민 반발을 싸고 있다고 한다. 이 공사를 시행하는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해당 예산을 절반 이상이나 반납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공공 공사는 중간에 설계변경을 통해 예산을 늘려가며 공사를 진행한다. 어렵게 소음대책 공사로까지 이끌어 낸 주민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에 의아해 하고 있다.

문제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인천 서구 드림로의 백석고가교와 남동구 무네미로 일대다. 백석고가교는 1992년 건설된 왕복 4차선 도로다. 수도권매립지를 오가는 쓰레기 수송차량들로 인해 교통소음과 날림먼지 등의 민원이 쌓여온 곳이다. 주민들은 우선 교통소음이라도 해소해 달라며 인천시에 수년간 민원을 제기해 왔다. 주민들은 방음벽이나 방음터널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이 고가도로를 아예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인천시가 대책을 세우라는 내용의 중앙환경분쟁위원회 조정결정까지 받아냈다. 이에 인천시는 국내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한 저소음 포장공법을 적용하겠다며 14억81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영동고속도로 서창분기점 인근의 무네미로는 인천시 도로통행량 중 가장 많은 교통량을 보이는 곳이다. 왕복 8차선인 이 곳에는 하루 차량 통행량이 10만여 대에 이른다. 인근 주민들은 수년째 소음민원을 제기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인천시의회가 나서 저소음 신기술 공법으로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13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문제는 인천시종합건설본부가 공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건설본부는 9㏈까지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환경부 인증 공법을 배제했다. 대신 일반 저소음공법으로 해결하겠다며 긴급으로 공사입찰에 부쳤다. 소음 9㏈ 절감은 100대의 자동차 소음 중 88대의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같은 공사 진행에 대해 이들 지역 주민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미 확보된 예산을 반납하면서까지 일반 공법을 고집해야 하느냐다. 인천시가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지방선거의 레임덕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