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상대원동 일반산단
화성 동탄 전자제품공장
잔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주말 없이 1일 10~13시간
연차 복지혜택 그림의 떡
근로자 소득 감소 불가피
"주52시간 근무요? 글쎄요. 우리 같은 제조생산업 노동자들은 원하지만 원할 수가 없는, 그런 먼 이야기가 아닐까요."

지난 9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한 공장단지 앞.

주말이 무색하게 오전 8시 무렵부터 출근을 재촉하는 노동자들로 일대가 가득 차있었다.

성남일반산업단지는 상대원동에만 아파트형 공장 34개소, 4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분포돼 있는 제조공장 밀집지역이다. 사무직 등 타 직종 노동자가 많은 인근 도시지역은 주말에 비교적 한산하지만, 제조공장 근처는 평일과 다를 바 없다.

"제조업은 주말이 없어요. 하루 생산량을 채우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특히 일손이 부족해 매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가능할까요?"

성남의 A식품에 근무하는 최모(56)씨에게 52시간 근무에 관해 묻자 잠시 고민할 겨를도 없이 생각을 꺼내 말했다.

그는 안양에서 1시간30분 걸리는 상대원동 공단까지 4년째 출근길에 오른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해 꼬박 11시간 동안 반복하는 생산 노동자다.

고된 생활을 오래한 만큼, 전신을 휘감은 갑갑한 위생복도 제법 익숙해졌다고 최씨는 전했다.

2시간 근무마다 주어지는 '꿀맛'같은 휴식시간 15분. 하지만 고단을 달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최씨의 마음이다.

남들은 내일을 위해 잠에 들 캄캄한 밤이 돼야만 집으로 향할 수 있다.

인근 B제조업체에는 일 8시간 근무는 고사하고 잔업을 견뎌내는 노동자가 대다수다.

노동자들이 직장과 일에 묶여 있는 시간은 하루 10~13시간이다.

이모(30)씨는 "사람은 없고 생산량은 갈수록 늘다 보니 잔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 됐다"며 "연차 같은 복지혜택은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공장 등이 줄지어 있는 화성시 동탄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쉼 없이 돌아가는 생산라인은 검사·조립 등을 하는 노동자들로 주·야간이 늘 붐빈다.

이곳 노동자들은 비록 교대방식으로 운영한다지만, 많은 하루 일감과 급여 특성상 추가근무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김모(32)씨는 "일이 많은 특성상 기숙사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다시 기숙사가 반복되면서 추가근무 또한 일상이 돼버렸다"며 "돈을 버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다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0일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5인 이상 299인 이하 제조사업장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180시간으로 집계됐다. 17개 산업 분야 가운데 광업과 부동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변경된다.

이를 두고 시급제 급여를 받는 제조분야 노동자의 경우 근로시간과 덩달아 소득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대중 한국노동조합 제조연대 대변인은 "제조사업장의 경우 장시간 근로가 많은데 반해 일급이나 시급제로 운영되면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장 격차에 따른 근로 시간 조율과 임금보전의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박혜림 수습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