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지역의 고등교육을 대표해온 인하대가 1954년 창학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재단 한진그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재벌 몰락'의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12일 둘째 딸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로 불거진 한진가(家)의 일탈이 세 모녀뿐 아니라 재벌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횡령·배임 의혹으로 확대됐다. 더욱이 정석인하학원(인하대 재단) 이사로 등록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1998년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에 대한 교육부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 사장이 인하대에 편입학 할 당시에도 학내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주장이 거셌다.

지난 1월 한진해운 부실채권 투자 손실로 인하대 총장이 해임된 후 인하대총동창회는 최근 총장 초빙과 관련해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또 인하대교수회는 '공영형 사립대학'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속성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단 한진그룹이 학교발전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인하대의 각별한 창학 배경에 비춰 오늘날 재단의 전횡이 시대적 비애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인천시역사자료관이 발간한 <문답으로 엮은 인천역사>(강옥엽·강덕우 공저)의 '인하, 인천과 하와이'(314-318) 편에 따르면 "인하대학의 설립은 1952년 12월 중순 6·25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문교부장관(金法麟)에게 인천에 MIT와 같은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 설립을 지시함에 따라 실천에 옮겨졌다"고 기술한다. 또 1953년 6월 4일 이 대통령이 발표한 '인하대학 설립에 관하여' 담화문에서는 "하와이에서 15만달러를 모아놓은 것으로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와이 한인기독학원이 발표한 하와이 이민 50주년 기념 축사에는 "본 학원은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것으로, 1947년 발전적 해체를 함에 따라 학원 부지를 매각한 대금을 인하공과대학 설립에 희사하게 됐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인하대 설립은 당시 '최고의 국가정책'이었다.

이런 대학이 재벌 재단 일가의 전횡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7만 인하대 동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의 대학, 대학의 지역사회를 실천하기 위해선 조양호 재단 이사장의 획기적 교육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4년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조원태 사장의 이사직 사퇴도 멀지않은 듯싶다. 인하대 위기를 기회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