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악수에 땀범벅 … "아! 물에 들어가고 싶다"
▲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3일 오후 평택역 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2일 안양시 중앙공원 분수대에서 물총을 든 어린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도민들 곳곳서 악수·사진 요청

경쟁후보 유세지원자와도 인사

'남경필 캠프' 당 아닌 인물 강조

유권자 목소리엔 귀기울여 경청

'예상 뒤집어진다' 묵묵히 행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인 2일 오후 2시쯤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안양시 중앙공원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던 중 "나도 물에 들어가고 싶다"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중앙공원 분수대에서 온몸을 적시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다.

이미 낮 12시40분쯤 안양지역 유세를 돌아서인지 남 후보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율동팀과 함께 열정적으로 춤을 췄고, 그늘막이 없어 양산을 이용해 햇빛을 가린 시민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을 때였다.

시민들의 주된 바람이 알뜰장의 그늘막 설치일 정도다. 동행한 이필운 안양시장 후보와 그늘막 설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방법을 모색했다.

남 후보는 구두와 양말을 벗고 청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분수대로 향했다. 물총 든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손뼉을 쳤다.

손과 손이 맞닿는 것은 자신만의 소통 방식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수행팀과 동행 기자들을 향해 물을 쏘라고도 했다. 그의 장난에 물총을 쏜 아이나 물에 젖은 수행팀이나 모두 즐거워 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학부모들의 사진 촬영 요청은 이어졌다.

그는 그렇게 10여분 남짓 무더위를 잊었다. 다시 선거로 돌아갈 때다. 손수건으로 젖은 다리를 닦던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만보기였다. 늘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만보기의 숫자는 '1만2000'이었다. 여기에는 그만의 선거 전략이 숨어 있었다.

오전에 그의 신발은 구두가 아니라 트래킹화였다.

▶선거 유세 전략 비법, 등산

이날 첫 일정은 오전 8시, 수원시 광교산 등산로 입구인 광교산 자전거대여소 부근에서 진행됐다.

이동차량에서 내린 그의 복장은 야구티셔츠에 청바지, 트래킹화였다.

수행팀은 남 후보를 선거유세단으로 이끌었지만 그는 이들을 뒤로한 채 등산로로 걸었다.

수행팀이 따라다니면 제대로 된 민심을 듣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등산로 코스가 빠르면 1시간, 보통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수행팀은 시간배분을 다시 짜는데 분주했다. 오전 10시30분쯤 과천 중앙공원에서 정책협약식과 유세가 계획돼 시간이 촉박했다.

오전 9시40분쯤 산을 내려온 남 후보는 "중요한 것은 수행팀과 같이 움직이면 안되고 거리를 둬야 한다"며 "대부분 인사를 나눌 때는 쓴소리보다는 좋은 소리가 많기 때문에 수행팀이 거리를 두고 따라오면 정확한 민심을 파악할 수 있고, 자칫 시민과 대화를 원하는 진정성을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쟁 후보, 다른 당 시장 후보 등의 유세지원자들을 가리지 않고 손벽치기를 했다. 일부는 당황해 쭈볏쭈볏 거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손벽을 쳐줬다. 이 모습은 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 장소와 대상,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명함을 딱지치기 하라며 나눠줬다.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과천 일정을 마치고 안양 비산동 소재 여자수산에서 점심을 했다. 점심 메뉴는 더운 날을 감안해 물회와 초밥이었다. 남 지사는 회덮밥을 먹고자 했지만 이미 주문을 했다는 수행팀의 말에 "점심도 마음대로 못먹는다"는 농을 건네기도 했다. 농담속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여론조사와 민심 괴리, 묵묵히 나갈 것

점심자리의 단연 화두는 여론조사의 낮은 지지율이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와 민심의 괴리를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의 반응과 응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케 했다. 청소년부터 장년층, 노인층 모두 거리유세 현장마다 사진을 요청했고 승리도 기원했다.

그는 "오전동안 같이 다녀보니까 어때요? 여론조사 결과대로 하면 욕을 많이 먹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죠?"라며 자신의 캠프 이름이 '남경필 캠프'인 것처럼 인물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독실한 종교의 힘이 바탕이 됐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성경을 읽는다고 했다. 그에게 성경은 수행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후보 캠프의 자원봉사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손을 내밀었다. 이는 유세 도중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을 욕하고 지나갈 때도, 일정이 꼬일 때도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성경 여호수아편을 빗대며 설명했다.

그는 "모세 후계자인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민족 지도자일 때 약속의 땅에 가기 위해 40년을 헤맨 적이 있다. 그 시기에 당시 강력한 도시국가인 여리고성이 있었는데 이곳을 침략하지도 않고 무너뜨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건 여리고성 내부 분열로 무너진 것이다. 현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여리고성은 더불어민주당, 자신을 이스라엘 민족으로 대비한 셈이다. 자신의 길만 묵묵히 걸어가면 지금의 예상과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까? 그에게 선거는 '힘듦'이 아니었다. 더위와 잦은 이동, 계속되는 말에도 지쳤을 법한데 유세차량을 내려와 율동팀을 따라 몸을 흔들었고, 선거송도 따라 불렀다.

▶지역별 정책협약으로 시너지 노려
오후 6시30분쯤 계획된 산본시장 유세로 가기전 산본중심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한 남 후보는 제주근고기를 파는 식당에서 "선거를 다 잊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미 계획된 저녁(비공개 일정)만 없다면 자리에 앉을 기세였다. 시민이 따라준 술만 받은 채 마시지도 못한 남 후보는 빈잔만 채워줬다. 시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혹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산본시장 앞 유세가 끝난 오후 6시58분쯤 "다음 저녁 일정(오후 7시30분, 의왕)때문에 시장내부 인사를 못하고 가야 한다"는 수행팀의 직언에 남 후보는 "함께 유세를 한 군포 지역 도의원·시의원 후보들을 위해 좀 더 있겠다"고 말하며 시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말을 잃은 수행팀은 어디론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저녁을 마치고 일정대로 범계역(오후 8시30분)으로 온 남 후보는 거리인사를 돌았다. 저녁 9시쯤 JTBC 인터뷰(비공개 일정) 때문에 카페로 이동했다. 이들이 카메라, 녹음기 등을 점검하는 동안 창가에 앉은 남 후보는 피로감을 느꼈는지 연신 고개를 돌리거나 허벅지나 종아리를 두들겼다.

표정도 낮보다는 어두웠다. 대기중임에도 카페 안 손님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의 1만6500 발자국
다시 유세차량이 있는 곳으로 간 남 후보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경제'를 강조했다. 특히 '일자리'였다. 유세 도중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한분이 다가왔다. 그 여성의 표정은 울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남 후보에게 "안양권 지역에 특수학교 유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세를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남 후보는 수행팀을 불러 "연락처를 받고 검토한 후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드려라"고 말했다. 수행팀은 유세차량 뒷편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 들었다. 쌍둥이 엄마였던 그녀는 자식이 많이 아파 특수학교를 가야되지만 안양권(안양, 군포, 의왕, 과천)에는 특수학교가 1곳 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수원의 경우 특수학교가 4곳이나 있다며 꼭 설립해 줄 것을 부탁했다.

차량 유세가 끝나는 오후 10시가 다가올 수록 남 후보는 연신 시계를 보면 초조함을 보였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남 후보는 차량에서 내려와 다시 거리를 나섰다.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남성이 남 후보에게 홍준표 당대표에게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홍 대표의 막말과 남북문제 인식때문에 남 지사를 좋아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찍어야 되나 고민중"이라고 했다. 남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출발할 당시 경기도기우회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환영의 뜻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며 홍 대표와 다른 점을 그에게 설명했다.

50대 남성은 "꼭 승리하세요"라며 자리를 떠났다.
오후 10시 정각, 선거 유세가 끝났다. 그의 만보기에는 '1만6500'이 찍혔다.
집에 도착하면 다음 일정을 위해 발마사지기로 피로를 푼다. 그는 '김수자 안마기'를 추천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성경을 읽으며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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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승부수는 '최선 다하는 마음가짐'

취재 후기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초조하지 않았다.

각 여론조사의 낮은 지지율은 넘어야 할 또다른 산에 불과했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로 초반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러시아 월드컵 개막 등 대형 이슈들이 선거일 전후에 포진돼 있어 이번 6·13 지방선거는 '지방'없는 선거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런 상황일수록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는 악재다.

지역민이 지역의 이슈를 놓고 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엇박자다. 게다가 그는 여당 자리를 거의 놓친 적이 없는 한국당 후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한국당 위치는 이미 낙인에 불과했다. 남경필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한국당은 싫다고도 했다.

그래도 그는 담담하다. 아니 담대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부잣집 아들, 선거 무패로 고생을 모른다고 하지만 선거는 그 자체만으로 고생이다. 그리고 저마다 가슴 한켠에는 '아픔'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아픔은 '정신적 고생'의 다른 말이다. 그는 평소 가정사가 나오면 "저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했지만 가장과 아버지로서 실패했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평생을 안고 가겠다"고 했다. 그의 고통은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담대함은 선거(국회의원 5선, 경기도지사)를 7번째나 치르는데서 나오는 능숙함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 즉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 2일 하루동안 모든 선거일정(비공개 일정까지)을 따라다녀본 결과 그는 최선을 다했다. 경쟁 후보의 유세단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격려했다.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일까? 그에게 시민들은 다가왔다.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했다. 응원도 했다. 그가 초조하지 않는 이유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