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 군산 새만금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5년 만에 인천에서 개최된 바다의 날 기념식에는 불참해 인천이 실망감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당시 새만금 바다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해양수산 하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지 딱 1년 만에, '인천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31일 인천내항 8부두에서 제23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수부 장관, 전성수 인천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해양수산 종사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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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총리는 "해운항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운산업의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등 국가적 차원의 정책만 거론했을 뿐, 인천항의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바다의 날은 문 대통령의 불참으로 '행사의 격'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새만금 신시광장에서 열린 바다의 날엔 참석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인천 바다의 날에 참석한 이후 처음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어서, 해양수산업계에선 과거 정권에서 소외됐던 해양수산 분야가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또 올 3월 부산신항 3부두에서 열린 부산항 미래 비전 선포식에도 참석해 부산항의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바다를 포기하고 강국이 된 나라는 세계 역사에 없다. 해양 강국은 포기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그 중심에 바로 부산항이 있다"며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 수도를 넘어 아시아 해양 수도가 될 것이며, 철도·공항과 함께 육해공이 연계되는 동북아 물류거점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천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두고 사실상 현 정부도 과거 정부처럼 인천항을 홀대하고 부산항에만 집중하는 '원 포트 정책'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불과 2개월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해양 수도 부산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한 것과 견줘, 대통령의 인천 불참 행보는 현 정부가 대한민국 해양수산 정책이란 큰 틀에서 인천을 패싱하고 오로지 부산만 키우겠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꼬집었다.

1996년 시작된 바다의 날은 국민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5월31일로 지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인천에선 2003년 내항 5부두에서 제8회 바다의 날이 개최된 지 15년 만에 두 번째 기념식을 가졌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