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선박 작업장만 있는데다 환경오염 우려
나흘간 불에 타 사실상 폐선 상태에 놓인 오토배너 호의 종착지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에선 오토배너 호와 같은 대형 선박을 해체할 수 있는 작업장이 없을 뿐더러 설령 해체 작업을 추진하더라도 환경오염 등에 따른 반발에 부딪칠 수 있어, 결국 오토배너 호가 중국으로 인양된 뒤 해체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30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21일 화재가 발생한 자동차운반선 오토배너 호는 지금까지 인천내항 1부두에 정박해 있는 상태다.

나흘 만에 완전 진화가 이뤄졌지만,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소방당국과 해경의 합동 감식 등이 남아 있어 최대 2달 이상은 1부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항만업계에선 오토배너 호의 화재 피해가 워낙 커 운항을 재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운항을 시도했을 경우 침몰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박 내 기름과 불에 탄 중고차 등 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돼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폐선 처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폐선 처분은 선박을 고철로 해체하는 작업으로 단순한 일이다.

오토배너 호 앞·뒤·옆으로 예인선이 붙어 해체 작업장까지 인양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소형 선박 해체 작업장은 몇 곳 있지만, 5만t급 이상인 오토배너와 같은 대형 선박을 해체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선박 해체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문제도 국내 해체 시도를 가로막는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의 퇴역 항공모함 민스크 호가 국내에 고철로 수입됐으나, 해체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결국 중국으로 팔려 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 상황에서 오토배너 호 역시 중국행이 유력하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선박 해체 작업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주가 직접 비용을 들여 오토배너 호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해수청은 선주인 한국선박금융㈜의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추후 오토배너 호를 방치할 경우, '선박 강제 이동 명령' 등 행정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