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선거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신성 로마제국도 황제나 교황 선출에 선거제도를 적용했다.
선거는 더딘 진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으며, 민주주의 근간이자 정치의 핵심 기재로 꼽힌다. 덩달아 투표는 시민권의 상징처럼 됐다. '민주적이지 않은 선거는 있어도 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말이 정설인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믿음은 종종 흔들린다. 특히 제시된 후보 모두 문제 투성이일 때, 또는 괜찮은 후보가 떨어졌을 때 제도를 의심하게 된다. 물론 이런 문제제기의 역사 또한 길다. 어찌됐든 한 표라도 더 얻는 자가 이기는 제도에서, 과연 다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 것인지, 결과가 곧 '민의(民意)'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심지어 왜 소수가 다수 의견에 따라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한 표' 던지는 유권자들로서는, 궁금해 할 뿐 굳이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사회적 선택 이론'에 밝은 일본학자 사카이 도요타카 역시 다수결의 한계를 살피고 대안을 탐구했다. 결과는 '다수결을 의심한다'는 직설적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민주주의 사용설명서'라고 일컫는 이 책에서 그는 다수결은 일종의 문화적 인습일 뿐이라 주장한다. 다수결이 다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다수결은 여러 의사결정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말과 글이 난무한다. 하나, 면면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먹잘 것 없는 메뉴판' 보고 있는 심정이라 필자로선 투표하기 글렀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거 참여를 독려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들먹인다. 말인즉슨 필자는 미성숙 시민인데, 그게 필자 탓만은 아닐 거다. 함량미달 후보를 대량 공천한 정당과 그들이 대거 당선될 수밖에 없는 현행 선거 방식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선거방식 변화를 고려하는 게 어떨까 싶다. 대안은 이미 얼마든지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