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해반문화'를 처음 찾았던 때가 9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송림로터리 한켠 송림우체국 옆에 자리한 아담한 건물로 1층은 치과였고 2층은 갤러리였다. 해반갤러리는 마치 울창한 숲 깊숙이 자리한 '비밀의 화원' 같았다. 흙탕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도 보였다. 저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느라 문화란 개념이 들어서기 힘든 동구의 풍경과는 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었다. 바다 해(海)와 반석 반(盤)을 조합해 만든 해반이란 말은 뜻도 어감도 좋았다.

치과의사 이흥우와 화가 최정숙. 인천토박이로 초대 이사장과 현 이사장인 그들은 해반갤러리와 함께 해반문화사랑회를 만들어 인천문화운동의 먼길을 떠날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해반문화가 출범할 당시 인천문화는 척박하기 그지 없었다. 인천지역 전체가 그랬고 동구는 더더욱 열악했다.
무늬만 화랑일 뿐 해반갤러리는 인천문화운동의 거점이었고, 요즘 개념으로 치면 문화플랫폼이기도 했다. 문화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역사답사를 가는가 하면, 예술인의 밤과 같은 행사를 열고 인천연구 책자를 꾸준히 발행해 왔다. 지역의 중요한 문화현안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는 등 그렇게 뚜벅뚜벅 황소걸음으로 걸어온 시간이 벌써 25년째다.

그런 해반문화의 '2018 수도권 문화재 지킴이' 교육프로그램이 지난 26일 인천아트플랫폼 H동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인천사랑은 인천의 문화유산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확신을 가진 해반문화가 지난 2014년부터 문화재청의 위탁을 받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르신까지, 강의실은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대표 수강생의 문화유산헌장 낭독으로 시작한 이날 수업은 '강화 속의 고려', '김구와 인천' 등 유익하고 재밌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수강생들의 태도는 진지하고 뜨거웠다. 이 사업은 오는 9월1일, 10월6일 각각 3, 4차로 이어진다.
있네 없네 해도 인천문화는 그동안 질적·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것은 해반문화처럼 '문화의 선산'을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의 큰 축을 형성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묵묵히 선산을 지키는 그런 '선산지기'처럼 말이다. 인천문화는 지금 그렇게 더 깊고 윤택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