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유홍준  
벙어리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앉아
종달새를 먹는다

조잘조잘 먹는다
까딱까딱 먹는다

벙어리의 어린 딸이 살구나무 위에 올라앉아
지저귀고 있다 조잘거리고 있다

벙어리가 다시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
어린 딸이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다시 종달새를 먹는다

보리밭 위로 날아가는
어린 딸을
밀짚모자 쓴 벙어리가 고개 한껏 쳐들어 바라보고 있다



하필 5월의 마지막 주에 <오월>이라는 시를 읽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가정(家庭)'을 조금 확장해서 생각하면 '스승의 날'도 있고 '노동자의 날'도 있다. 모두 5월의 상순과 중순에 있다. 5월이 다 갈 무렵에 돌이켜 보니 가정의 달과는 무관하게 보낸 것 같아 아쉬움만 남는다. 여러분은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가. 유홍준의 시 <오월>은 애달프고 숭고한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시에서 등장하는 가족은 '어린 딸'과 '벙어리 아버지'이다. 벙어리가 어린 딸에게 '종달새'를 먹이고, 어린 딸이 마루 끝에 앉아서 종달새를 먹고 종달새가 되어 보리밭 위로 날아간다는 내용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종달새를 먹인다는 발상 자체가 그로테스크하나 아버지가 '벙어리'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종달새'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읽힌다. '종달새'는 우리에게는 '노고지리'나 '종다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남구만의 유명한 시구(詩句)가 떠오르기도 하고,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김수영의 시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종달새'는 '벙어리인 아버지가 그 동안 받아왔을 차별과 설움과 한을 풀어줄 수 있는 희망과 자유와 간절함의 대상으로 읽힌다. 아마도 벙어리 아버지는 종달새를 먹이면 어린 딸이 종달새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정성스레 종달새를 먹였을 것이고, 어린 딸은 아버지의 간절함을 조잘조잘, 까딱까딱 먹으면서 그 헌신과 희생에 보답하듯이 종달새가 되어 5월의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간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애달파서 아름답고 숭고해서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밀짚모자 쓴 벙어리가 고개 한껏 쳐들어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황홀하고 장엄한 경이(驚異)를 느낄 수 있다.

/강동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