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박주일(왼쪽) 경위와 그의 동료 이찬일 순경.
인천 남구에서도 고의 사고로 승용차를 막아 의식 잃은 운전자를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인천 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박주일(53) 경위.

박 경위는 이달 15일 오후 9시30분쯤 학원에 간 딸을 데리러 도화초등학교 사거리를 지나다가 아찔한 상황을 마주했다. 적색신호에 4차선 도로를 전진하는 승용차를 목격한 것이다.

해당 승용차 운전자의 몸은 뒤로 젖혀져있었다. 졸음운전을 의심한 박 경위는 인근에서 경적을 수차례 울렸다. 하지만 운전자는 숨이 멎은 상태였다. 박 경위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본인의 차량을 앞으로 세워 범퍼에 충격을 가해 멈추도록 한 것이다.

그는 "언덕을 넘으면 바로 도화고가교가 나오기 때문에 더 큰 사고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의로 차를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경위는 119 신고 후 본인 차량 트렁크에서 스패너(공구)를 꺼내 문제 차량의 창문을 내리쳤다. 창문은 쉽게 깨지지 않았고 현장에 바로 도착한 구조대가 연장을 사용해 운전자를 구출시켰다. 심폐소생술로 운전자는 맥박을 되찾았지만 아직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운전자 가족은 박 경위에게 큰 사고를 막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박 경위는 "20여년간 교통경찰로 일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었다"며 "다른 경찰이었어도 똑같이 대처했을 것이다. 운전자 분이 하루 빨리 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