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는데도 인천시에선 "대기질에 이상 없다"고 밝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인천항 1부두에서 발생한 화물선 화재로 인해 중구 일대가 며칠 째 유독성 연기로 자욱하지만, 시는 오히려 대기오염 수치가 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 신흥동, 신포동, 인현동 등 중구 주민들은 몸에 해로운 연기를 들이마셔 기관지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데도 시는 기본 자료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기질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정말 엉뚱하기 짝이 없다. 주민들은 비난을 넘어 분통을 터뜨린다. 피해에 따른 보호조치는 하지 못할망정 치솟는 화(禍)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인천시는 지난 22일 '인천항 주변 황산화물(SO2) 등 기준치 이내 측정'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21일 오후 6시, 22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인천지역 17곳의 고정 측정소를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PM10·PM2.5), 황산화물, 이산화질소, 산화질소 등의 대기오염 정도가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발표와 달리 인천항과 가장 가까운 신흥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초미세먼지는 '나쁨'을 기록했다. 21일(오전 9시40분쯤)은 화물선에 불이 나 매케한 검은 연기를 내뿜기 시작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던 때다. 터무니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실제 대기질 측정값과 시민 체감이 다르다면, 왜 이런 엉뚱한 자료를 내놓아 시민들에게 혼란을 부추기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이동해 대기질을 조사해야 하는데, 고정 측정소를 통해 오염 정도를 분석한 일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천항 화물선 화재로 인한 유독성 연기 탓에 중구 주민들은 사흘이나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인천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을 두 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여기에 가뜩이나 오염 물질 배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인천항에서 선박 화재사고까지 발생해 시민들은 며칠 째 시커먼 연기를 마시면서 고통을 하소연한다.
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각 기관에선 이번 기회에 총체적인 '재난 점검'에 나서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계획을 짜도 각종 재난은 예고 없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하지 않는가. 태세(態勢)를 갖추는 일이 다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