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생폴은 프로방스 지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세마을이다. 니스쪽 지중해의 푸른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생폴은 프로방스지방에 산재해 있는 마을 중의 하나였지만 2차 대전이 끝난 후 샤갈과 마티스 같은 화가들이 정착하고 이브·몽탕이나 꺄트린느·드너브같은 영화배우들도 자주 찾아와 인기 있는 산골 마을이 되었다. 성벽에 둘러싸인 호젓한 마을에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기념품 상점과 화랑들 그리고 카페와 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마을 전체가 번잡한 관광지로 변모되고 말았다. ▶생폴의 저택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던 생전의 샤갈을 만났던 것은 조선일보에서 기획했던 샤갈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파리에서 알고 지내던 프랑스정부 문화성의 예술창작국장 베르나르 안토니오르씨와 함께 화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가지고 갔던 샤갈 본인 전시회 도록에 사인을 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생폴에서 20㎞정도 떨어져있는 뚜렛트도 전형적인 프로방스 산간마을이고 규모도 비슷하지만 중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곳이다. 2009년에 작고하신 어머님(李聖子화백)이 고향 진주의 풍경과 유사하다면서 저택과 화실을 어렵사리 마련한 곳이어서 생전에도 자주 찾았고 지금도 기회있는대로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년전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대형호텔과 별장단지와 함께 골프장건설 계획까지 제시했지만 주민투표로 이를 반려하기도 했다. ▶뚜렛트에 갈 때마다 만나게 되는 퇴역장군출신 다미안 시장은 대대로 뚜렛트에서 살아온 집안 출신이다. 시장실에는 항상 뚜렛트마을에 식당이나 기념품가게 등을 개업하려는 신청서류가 접수되지만 다미안 시장은 시의회의원들과 함께 신청인들을 설득한다. 뚜렛트를 생폴처럼 관광객들이 들끓는 마을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인 만큼 시장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믿고 있다. ▶프랑스를 위시하여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대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이름난 도시들이 잇따라 관광객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는 한때 20여만명의 인구가 5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200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물가와 임대료가 오르자 고향을 등진 것이다. 베네치아시 당국은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지점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성수기에는 현지주민들만 통과시키기로 했다. 뚜렛트의 다미안 시장의 선견지명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