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 문화학과 교수
여론이나 댓글이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지만 늘 조작 등으로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여론조사로 제시되고 정부기관이 그를 관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현행 여론조사의 결과가 국민 다수의 일반적인 의견으로 공표되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댓글의 인위적조작도 그렇지만 1000여명의 조사로 국민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인위적 여론 만들기가 될 수 있다. 국민 1000여명의 조사는 1000여명이 빠지고 국민의 조사라는 인식만이 남아 여론으로 자리 잡으며 국민들의 사고를 그 틀 안에 가둬놓는다.

일반국민들이 개헌이나 선거출마자와 같은 반갑지도 않은 정치적 사안에 평소 관심을 표명하며 살고 있어 의미 있는 여론으로 표출될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툭하면 여론조사를 들이대며 국민들의 의견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말한다. 여론조사의 결과라며 뉴스에서 보도하는 많은 사안들은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처럼은 보여도, 국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늘 관심도 없는 국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하라며 여론조사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의견이 나올 리 없다. 개헌문제도 그렇다. 단임이든 연임이든 국민들이야 대통령이 잘하면 되는 것이지 평소 개헌해야 한다고 의견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개헌이 필요할 수는 있어도 국민의 요구라는 말에는 저항감이 있다. 단임도 잘할 수 있고, 연임도 못할 수 있는 것으로, 국민들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나 정치집단의 행위의 문제라 보고 있던 사안이라 생각한다. 제도야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개헌을 한들 지금보다 더 좋은 정치가 구현되리라 믿는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릇 여론이란 소수가 아닌 다수의 국민에게서 찾는 의견이어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의견들을 표출하고 있어 그 내용을 조사하여 결과로 내놓는 것이 여론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여론조사는 매우 형식화되어, 국민들에게 형성도 되어있지 않은 의견을 답해 내라 유도하며, 의도한 바의 여론을 만들어내는 행위처럼 보인다. 관심도 없던 사안을 극소수의 국민들에게 간신히 물어 얻어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표하며 마치 많은 국민들이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내보임으로써, 어느덧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겨우 1000여명이 끌려들어가 답을 하여 나온 의견이 여론으로 둔갑하는 순간, '아 그래?' 하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결과에 귀를 기울이며, 본인도 그 속에서 사고하게 되는 함정에 빠져, 결국 1000여명의 조사만으로도 그 의도는 달성된다.

여론조사의 무서운 점으로 인위적 조작을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기관이야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행하는 것이겠지만, 극소수의 의견을 다수 국민의 의견인양 착각하게 하는 여론조사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1000여명의 극소수의 의견을 여론이라 표현해 국민들의 사고를 그 틀 속에 잡아두는 것이야말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일 수 있어, 소수의 의견은 그냥 소수의 의견으로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표현 하나가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론조사란 말은 신중하게 사용하고, 1000명에게서 조사한 경우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국민 1000명' 조사처럼 사실대로 표현함이 옳을 것 같다. '여론'을 조사해보니까 아니라 '국민 1000명'을 조사해보니로 표현함이 사실에도 부합하고, 표본오차를 거론하며 조사의 신뢰수준을 말할 필요도 없게 할 것이다. 여론조사는 필요한 경우가 많겠지만 사실을 왜곡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6·13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늘 여론조사가 대표주자 한두 명 외에는 유명무실한 후보로 만들어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만든다. 겨우 1000여명의 조사결과이지만 그것이 여론이란 단어로 발표되는 순간 다수의 의견으로 바뀌면서 유권자들의 사고를 마비시킨다. 선거에는 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가 필요한 것이지, 선택을 강요하게 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여론조사의 결과가 맞는다면 선거는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니 그나마 의도된 조사결과라도 참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한다면 선거는 허울만 있는 것이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좋은 제도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여론조사'라 하며 국민 대다수의 의견인양 착각하게 만들지 말고, 조사한 자의 수로 말하는 '0000명 의견조사'로 바꾸어, 국민이 조사의 결과를 그저 참고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