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 기사 문정욱씨, 10년간 환경·교통 분야 50여건 개선
잘못된 관행과 시설을 보면 몇 번이라도 해당 관서를 찾거나 민원을 제기해 반드시 관철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쪽 노인'이 있어 화제다. 주위에선 그를 두고 '괴짜 노인'이란 닉네임이 따라 붙는다. 주인공은 부천에서 30여년간 택시운전을 해온 개인택시 기사 문정욱(70)씨.

"개인택시를 굴려 겨우 밥벌이나 하는 주제에 뭔 시시비비가 많으냐?"는 주위의 비아냥도 없지 않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개인과의 사사로운 시비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익적 민원이면 어디든 찾겠다는 소신과 자부심에서다.

문씨는 일찍이 부천에서 환경감시단, 교통파수꾼 등 자원봉사를 솔선하며 의로움에 앞장서온 지 오래다. 택시를 운전할 때나 비번 날에도 불법 사례들을 카메라에 담아 고발하고 민원을 제기하려는 성격은 누구도 못 말리는 노익장이다.

주차, 도로 문제는 물론 배기가스 등 잘못된 환경오염 실태를 카메라에 담아 시정을 건의한다. 부천시, 경기도, 국회, 각 부처와 국무총리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관철될 때까지 건의하는 불굴(?)의 의지는 가히 억척스럽기까지 하다.

"때로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부 공무원과 언쟁도 벌이지만 정당한 민원은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그의 표정에는 결연함이 엿보인다.

"회신된 민원이 모두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민원 100여건 중 절반은 해결됐다"고 자부한다.

10여년 전부터 송내역 북부광장 택시승강장 진입로의 잘못된 시설로 승객이 400원이상 요금을 더 내야 했던 접근성 문제를 지적, 민원을 제기한 결과 개선시킨 것을 비롯 역곡역 남부광장과 부천역남·북부역 광장 교통로선 개선, 심곡천 일부 부실 석축공사와 하천변 2차선에 대한 긴급차량 통행난을 지적, 시정 조치됐다.

도로양면 안전 보호대 설치, 경계석 보도블록 개선 등을 지적함으로써 지역 교통난을 해결하는 '교통의 달인'으로도 통한다.

지금까지 문씨는 환경문제, 교통문제 등 크고 작은 민원 50여건을 해결했고 그 공로가 인정돼 경기도지상, 환경부장관상, 경기도경찰청장상, 부천시장상, 부천시의회의장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고 있다.

그런데 문씨는 최근 국무총리실에 민원을 제기한 내용 회신을 보고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달 초순 국무총리에게 △미세먼지, 환경문제 △주차장 문제 △산불예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으로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회신 내용은 관련 부처인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림청에서 각각 처리토록 이송했다는 통보였다.

문씨는 '국무총리를 직접 면담시켜 주겠다는 답변'이 없어 불편함을 드러낸 이유다. 이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의욕적인 발상은 가상하나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대통령, 국무총리가 민원인을 일일이 만나 청원을 들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전담 각 부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반문에 그제야 좀 이해가 간 모양이다. 그러나 문씨는 좀 떨떠름한 표정이다. "적어도 국무총리실에서는 각 부처 주무관 누구를 만나 보라는 소개도 없이 부처에 가서 '알아보라'는 식의 성의없는 회신이었다"며 나무랬다. 그는 "그동안 수십번 민원제기 과정에서 '팔짱낀 자세', '불법신고 늑장대처', '접수 민원도 나몰라라'식의 부정적인 일부 공직자들을 종종 겪어 봤기에 그렇다"고 말한다.

관공서를 찾으면 "저 곳으로 가보세요" "우리 부서가 아닙니다" 등 여러 곳을 헤맨 후에야 겨우 주무부서를 찾는 번거로움을 경험했던 문씨에겐 보다 간편한 민원 창구가 되기를 바람에서다. 그래서 문씨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조를 불식시키고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공무원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글·사진 부천=강훈천 기자 hck122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