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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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서양 여러 나라와의 조약체결 근거가 됐던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를 밝혀낸 것은 본보의 특종이었다. 본보가 자유공원 입구인 '인천시 중구 북성동 3가 8의3'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는 화도진공원, 파라다이스호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16일자 1면에 세관에서 발견한 고지도와 함께 '조미수호통상조약, 라파치아 웨딩홀 자리서 체결'이라는 특종보도를 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후속보도를 통해 이를 의제설정하면서 역사를 바로잡는 한편,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천시역사자료관과 시사편찬위원회는 2015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는 어디인가?'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통해 체결장소를 비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출판물과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록의 정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조미수호통상조약 기념 한미관계 특별학술회의'가 오는 24일 국회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한국국제정치학회와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유성엽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한미동맹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미래'란 부제를 달았다. 1882년 인천에서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의 한미관계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다. 역사적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북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선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 한미동맹의 미래를 집중 토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창희 인하대 교수가 전북 정읍 항일세력을 한미동맹의 기원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한미동맹은 지금까지 친미성향의 이승만 대통령의 독단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남 교수는 그러나 "전북 지역 항일세력이 1910년대부터 이미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시작하면 해방된다고 믿었다"며 "미국의 힘을 이용해 일제를 축출하겠다는 보천교 세력의 선견지명은 역사적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술대회에 앞서,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뒤 136년만에, 같은 날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유의미해 보인다. 동북아정세가 지금처럼 급박하게 돌아갔던 때도 없었다. 학계·정계는 물론이고, 한북미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윈윈(Win-Win)의 길을 모색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