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인천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고 준비하면서 스리랑카의 페르난도 체육회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리랑카의 관광 진흥을 위해서도 열성적이던 페르난도 회장이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안내한 곳은 중부지방의 캔디였다. 15세기에 건설된 고도(古都)로 석가모니의 이(齒)가 봉납되어 있는 불치사(佛齒寺)는 새로 취임하는 총리가 참배하는 것이 관례이며 매년 8월에는 큰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페르난도 회장이 필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곳은 캔디시내 외곽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이었다. 80여 마리의 어미 잃은 새끼코끼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젖먹이 어린코끼리들에게 우유병으로 젖을 먹이는가 하면 인근에 있는 강물에서 천진난만한 자세로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글에서 길을 잃거나 밀엽꾼들에게 어미를 잃은 새끼 코끼리들을 모아서 돌보고 있는 코끼리 고아원은 그 자체가 대단한 관광자원으로 보였다.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일생을 코끼리 연구에 몰두하면서 고아가 된 새끼코끼리들을 돌보며 살아온 다핀 셸드릭여사(1934~2018)의 부음기사가 지난주 뉴욕타임스에 크게 게재되었다. 케냐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영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셸드릭여사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코끼리 개체 수에 경종을 울리면서 상아를 얻기 위해 성행하는 밀엽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호소해온 코끼리의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육류를 보급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을 포획하는 임무를 맡았던 아버지의 현장에서 충격을 받은 셸드릭여사는 전쟁이 끝난 후 코끼리를 보호하는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가뭄과 밀엽으로 고아가 된 야생동물들의 새끼를 별도로 사육하여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특히 어린 코끼리들을 위한 우유를 개발하여 수많은 새끼코끼리들을 살려냈다. 2012년에 간행된 <코끼리와의 삶과 사랑>에서 셸드릭여사는 지능과 기억력에서 코끼리를 필적할 동물은 없으며 코끼리들은 인간이 지닌 좋은 특성을 두루 지녔지만 나쁜 속성은 닮지 않았다고 썼다. ▶대학졸업 후 언론사 국제부에서 일하면서 읽기 시작한 뉴욕타임스와의 인연은 반세기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는 신문'이라고 매도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코끼리를 돌보던 영국여성의 부음기사를 크게 싣는 것을 보면 지구촌의 곳곳에서 헌신하는 사람들의 업적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품위 있는 신문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