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도입 7개월 … 출신학교·가족사항 묻는 '옛날 양식' 사용
인천지역 A 자치단체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얼마 전 계약직 채용 공고를 내면서 필수 제출 서류 중 하나로 입사지원서 양식을 첨부했다. 이 입사지원서에는 지원자 출신 학교부터 가족 생년월일과 이들의 최종 학력, 직업 등 사적인 정보를 묻는 빈칸들이 줄을 이었다.

B 자치단체보건소도 오는 5월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일할 기간제 노동자 공고를 내며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출신 학교와 가족 사항을 이력서에 담으라고 요구했다.

주요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채용 비리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는 상황에서 해법으로 제시되는 '블라인드 채용'이 인천지역 공공기관에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되고 반년이 넘도록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직에서 만큼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사람을 뽑고 있다.

25일 인천 10개 군·구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 정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선발하며 응시자 학력이나 사진을 내도록 정해놓고 있었다. 예전처럼 키나 몸무게까지는 아니어도 가족 사항 항목을 유지하는 경우도 여럿 보였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국 모든 지방 공공기관으로 확대했다. 입사지원서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출신 지역이나 신체조건, 가족관계,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인천 자치단체 비정규직 채용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 내 채용은 보통 자체적으로 재량껏 하면서 블라인드 채용은 선택 사항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구가 아닌 출연기관이나 위탁기관에서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전달이 안 돼 예전 형식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치단체가 블라인드 채용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느냐 마냐는 온전히 성의 문제로 보인다. 부평구가 기간제 노동자 채용 관련 이력서 양식에 빨간 글씨로 '학교명, 출생지, 부모직업 등 개인 신상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기재할 경우 불이익(감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해 놓은 게 대표적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