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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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거시설이 개인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주거생활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강요받고 있다. 먼 친척보다 가깝다는 이웃사촌은 옛말로, 공동주택에서의 이웃은 나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삶은 우리에게 부당하고 부조리함을 그저 인내만으로 감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는 싫어도 이웃과 현관을 함께 쓰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쓰레기도 같은 곳에 버리고, 자동차의 주차나 자전거의 보관도 함께 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의 잘못에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삶이다. 내 집이 분명한데 온전히 내 집이 아닌 듯, 내 집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었던 여러 행동에 제약이 따라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는 주거형태이다.  아파트에서는 집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거나, 악기를 켜며 노래를 부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애완동물을 마음대로 키우기도, 집안에서만 입던 차림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문밖을 나서기도 쉽지 않아, 개인주택에 사는 것과는 다른 매사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 삶이 요구된다. 구성원의 일부로 사는 형태인 만큼 내가 좋다하여 해서 될 일과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웃을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에 반하는 행동으로 나온다면, 아파트의 삶은 참으로 피곤하고 힘든 것이 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참변,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대우, 입주민들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점을 파고든 일부 입주자대표나 부녀회의 비리문제 등은 늘 뉴스거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소방법 위반인 현관 밖 복도나 계단에 자전거며 사물 등의 무단방치는 개선되지 않고, 싸우건 말건 너희들 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의 건설사의 무책임 탓에, 돈을 지불하고 개인 몫으로 분양받은 주차장은 지정되어 있지 않아, 매번 주차를 위해 사방을 돌아야 하는 화나는 일도 아파트의 일상사이다. 갑의 횡포라며 늘 가진 자들을 탓하는 것 치고는 경비원 폭행이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곳도 평범한 우리네 아파트의 모습이다. 

입주민 전체가 이용할 수도 없는 겉멋 들인 골프연습장 등의 시설만이 최고가 아닌 삶 자체가 최고인 아파트가 먼저일 것이다. 늦었지만 공동주택에서 지켜져야 할 사항들을 철저히 점검, 법제정을 통해 엄격히 관리되도록 그 근거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에티켓으로서 지켜야할 사항은 계도로,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은 법으로 하여, 공동주거시설을 안전하고 쾌적한 삶의 보금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지진에 끔찍한 대형화재의 빈발 등으로 아파트의 삶에는 늘 불안함이 상존하고 있다. 소방법 위반행위는 물론 불법주정차, 쓰레기 등의 무단투기, 이기적 동물사육, 기타 다수의 안전과 쾌적함을 헤치는 행위 등은 법으로 철저히 관리하여, 아파트를 개인보다 입주민 전체의 편의를 도모하는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최근의 상황으로 보면, 일부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말하며 보이는 행동이 도를 넘고 있어 아파트의 삶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이웃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없다는 인식도 작용한다. 관리실에 문제해결을 요청한들 힘도 없는 그들이 괜히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입주민의 횡포에 봉변당할 것이 뻔하다. 경찰서나 소방서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좋으련만 그런 문화도 아니다. 하지만 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관공서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목격했을 때는 이웃이라 해도 개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관공서를 통해 해결하도록 문화를 바꿔야 한다. 관공서도 공무에 대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공서라면 주민 간에 발생하는 문제에 개입하여 국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관리비는 납부해도 아파트 일에 관심이 없는데, 이웃 간 다툼이 잦은 현 세태에서 지금과 같은 허울 좋은 자치로만은 무관심이나 방관으로 인한 불법, 불합리를 타파하지 못하고, 문제해결에 입주민간의 다툼도 막을 수 없어, 아파트의 삶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목소리가 크거나, 자치를 악용하는 소수가 이기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국민대다수의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의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관의 개입이 절실하다. 늘 민생을 챙겨야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폐해에는 뒷짐만지고 있는 것이 정치권이나 관의 모습이다. 국민의 행복은 평범한 일상에 있음을 명심하고 아파트가 안전하고 쾌적하며 합리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마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