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먹튀방지' 조건 제시...GM, 5000억 신규투자 요구
한국지엠 노사가 극적 합의로 법정관리라는 급한 불은 껐으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GM의 자금 지원 협상이 남아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먹튀 방지'라는 선결 조건을 내걸었고, GM은 자금 지원이 먼저라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4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 10년 이상 남으면 한국지엠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GM에 전달했다. 지금까지 GM이 반복한 '먹튀 전략'때문이다. GM은 2013년 유럽을 필두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공장을 철수했다. 호주 정부로부터는 10년간 15억7000만달러를 지원받고도 지원이 끊기자 바로 공장 문을 닫았다.
2002년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2015년 지분 매각 시한이 끝나자 2017년 10월 한국 철수설을 흘렸다. 이어 올 2월엔 군산공장마저 폐쇄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악용 사례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은 감자·출자전환 과정에서 지분율이 내려가도 중요 의사 결정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도 자금 지원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GM이 한국지엠에 빌려준 돈은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GM은 이를 한국지엠의 주식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을 하면 GM의 한국지엠 지분율은 오른다. 반면 현재 17%인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뚝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의사결정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GM의 3조원 추가 투입을, GM은 산업은행의 5000억원 신규 투자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방문 중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한국지엠 지원과 관련해 "GM이 신기술을 탑재한 미래형 자동차를 배정해야 '먹튀'를 방지할 수 있다"며 "경영이 어려운 협력사에 대한 지원과 군산 공장 문제는 되도록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와 인천상공회의소가 한국지엠을 일자리가 아닌 경제정책 차원에서 접근, 뿌리 산업을 첨단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지엠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잠정 합의를 본 것에 불과하다"며 "인천시와 상공회의소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기업·관내 대학을 하나로 묶어 자동차부품업계의 생산성 제고와 첨단화 작업에 필요한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추락한 한국지엠의 신뢰 회복을 위한 매개 역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신섭·신나영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