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등 곳곳에 돌발 난관
한팔사이 질주 살벌한 트럭
고작 동네 도는데 '가다서다'
보행로 좁아 찻길서 고립도
콜택시외 행선지 꿈도못 꿔
수없이 개선 요구 하나마나
장애인 보행권은 그림의 떡
▲ 지체장애인 3급 안중옥(65)씨가 19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채 달리는 대형버스와 전봇대로 가로막힌 좁다란 보행로를 지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어휴. 길이 이래서 우리 장애인들은 다닐 수 있겠어요? 돌아가야겠어요."

19일 오전 9시. 수원시 망포동 한 공원 인근을 지나던 지체장애인 3급(2007년 뇌경색) 안중옥(65·여)씨의 전동휠체어가 갑작스레 멈춰 섰다.

멀쩡한 보행로가 자동차 바퀴만한 돌이 수백개 깔린 길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조경석이 깔린 이 길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예쁜 길'이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막다른 길'로 여겨진다.

이날 동행한 남편 김남수(74)씨는 "아내와 다니다 보면 길이 갑자기 요상하게 바뀌는 건 고사하고, 푹 꺼져버린다거나 전신주 등이 막는 것을 자주 본다"며 "멀리도 아닌, 고작 동네를 도는데도 말이야"라며 안씨의 휠체어를 잡아 돌렸다.

안씨의 휠체어는 곧장 교회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기자가 이 방향으로 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나는 기독교라 동네 교회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떡해. 떨어질 것 같아" 그도 잠시. 안씨의 휠체어가 또 다시 멈춰 섰다.

교회로 출발한지 10여분 지난 시점이었다.

안씨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로 앞 전신주와 보행로를 반복해 쳐다보고 있었다.

안씨가 멈춘 곳은 손만 뻗어도 '쌩쌩' 달리는 대형 공사트럭을 비롯한 차량과 닿을 장소다.

그는 5분간 슬금슬금 휠체어를 운전해 간신히 전신주를 통과했지만, 이내 또 다른 난관에 한숨을 내쉬었다.

보행로가 터무니없이 좁았기 때문이다.

해당 보행로는 너비 약 1m로, 인근 다른 보행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워낙 좁은 보행로 탓에 안씨는 휠체어를 돌리지도 못하고 줄곧 달려대는 차들 사이에 고립됐다.

보다 못한 남편이 휠체어를 수동으로 전환, 후진으로 빼내며 "것 봐. 여기는 갈 곳이 못된다고 했잖아"라고 안씨를 다그쳤다.

이 밖에도 여러 길들이 장애인이 다니기엔 버거운 구조였다. 안씨의 집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이 막혀 있는 셈이다. 비교적 최근 건설된 신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배려한 설계는 찾기 어려웠다.

결국 이 부부는 집에서 장애인 복지시설로, 복지시설에서 다시 집으로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 살고 있다. 맘 편히 바람 쐬는 시간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이동하는 순간 뿐이다.

남편은 "여태 협회 등에 전화로 개선을 요구한 일은 손으로 세지도 못한다"며 "나도 다리, 허리가 점점 좋지 않아져 아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매년 '장애인 보행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사실상 사회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실제 '장애물 없는 생활인증제도(BF·Barrier free)'도 2008년부터 10년이란 기간 동안 시행된데 반해 보행로와 관련된 인증실적은 전국 10여건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 류상오 과장은 "전 시설에 대한 의무화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도로의 경우 오래된 시설이 많아 인증 신청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공공은 물론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김현우·김예린 수습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