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국가책임제' 호소하는 부모


"낮 활동지원기준 세분화… '중증'대상 직업훈련 개발을"
"서구에서만 추진 중인 평생교육센터, 지역별 설치 필요"


성인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고립되는 이유는 지원체계 부족이다. 문제는 성인 비율이 커지고 있는 것인데, 수년간 장애인단체가 주장한 탈 시설이 시작되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주간활동과 직업훈련을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무리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들은 평범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평생교육센터, 서구만 진행 중

평생교육센터는 학령기를 벗어난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적응 훈련과 건강관리, 취업·일반 프로그램 교육 등을 하는 곳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자치구마다 센터를 설치해 현재 9개 센터가 있다.

인천 서구도 지역 최초로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내년 2월 개소로 운영에 구비와 시비가 50% 투입된다. 정원은 70여명이다. 서구는 "교육기회가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적응과 자립지원, 장애가정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센터 건립에 나섰다"고 했다.

서구를 시작으로 각 군·구에 1곳씩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구 센터가 생기더라도 수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인천도 서울처럼 센터를 확충해야 한다"며 "타지역에서는 먼 데다가 정원이 너무 적어 지역별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활동지원 시간 확대

일상생활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인이 신체·가사·사회활동 등을 돕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 기준이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하다. 평가가 옷 입기와 목욕, 식사하기 등 동작 중심이기 때문이다. 동작이 어느 정도 가능하면 지원 시간이 줄어 일 평균 3~4시간에 그친다. 지적장애 2급은 아예 지원받지 못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형식적 평가인 셈이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요구안에 주간활동서비스 지원이 들어간 이유다.

경남도는 느티나무경남장애인부모회 요구에 자체적으로 시간을 확대했다. 서울시도 최중증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낮 활동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해 하루 6시간 지원하고 있다.

▲직업 훈련 인프라 확충

인천지역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총 29개소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청소년과 경증장애인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발달장애인 사이에서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등이 유행하지만 중증장애인에게는 쉽지 않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차라리 카페 의자를 정리하거나 컵 치우는 일은 가능하다 며 "중증장애인을 고려한 일자리는 없다"고 토로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채우지 않고 부담금을 내버리는 공공기관과 기업도 있다. 임수철 인천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장은 "경증장애인만으로 의무 고용을 채우는 곳들도 대다수"라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제도와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소외받는 세상에 딸 홀로두고 눈 못 감아"
삭발식 동참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윤경씨

"제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힘써보겠지만 언젠가는 먼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잖아요."
23세 지적장애 1급 딸 시현이를 둔 김윤경(46)씨는 이달 2일 열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촉구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에 동참했다.

2005년부터 인천장애인부모연대에 소속 돼 집회와 농성을 수차례 하면서 눈물도 흘렸지만 머리를 자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실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판단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은 국가 지원이 필요해요. 장애연금 월 25만원으로 생활하기 어렵고 부모에게 평생 의지하는 건 한계가 있죠."

김씨는 시현이를 키우면서 '목소리 큰 아줌마'로 변했다. 발달장애인은 겉보기에 일반인과 다름없어 오해를 받을 때가 많아서다. 시현이의 장애를 더 크게 외쳐야 했다.

"딸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바보냐고 너무 쉬운 말을 던져요. 어릴 때는 티가 안 나서 심했죠. 그럴수록 어려움을 더 이야기했어요. 누군가는 무식하다고 했지만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하기 싫었죠."

그는 딸이 성인이 된 이후 직업훈련시설의 문을 두드리며 상실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인천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평가에서 떨어진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죠. 평생을 바쳐 키운 딸인데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 아이를 데리고 내가 뭘 어떻게 하나 싶더라고요."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아이가 갈 곳을 찾는 것은 절실하다. 직접 내 아이를 보낼 대안학교와 주간보호센터를 설립할 정도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요. 대출까지 받아가며 센터를 인가 받은 경우도 봤어요."

김씨의 둘째딸은 엄마의 삭발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엄마 없는 세상에 언니를 남겨두고 너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삭발을 하는 거라고 얘기했어요. 엊그제 시현이를 혼자 두고 잠시 외출했는데 혼자 차가운 밥과 국을 찾아 먹었더라고요. 뜨거운 지 차가운 지도 구분 못 하는 아이를 어떻게 홀로 둘 수 있을까요."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