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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추리소설 속의 미세먼지

김학균 인천서예협회 고문·시인

2018년 04월 20일 00:0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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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마다하고 추리소설에 빠져 허우적대던 지난날, 셜록 홈즈의 '미스마플' 시리즈 같은 고전은 추리물의 다양한 유형을 선보이며 '만화' 다음으로 재미 있었다. 추리소설이 세상에 나온 건 19세기경부터였다는 강의를 듣고, 모조리 읽었으면 뭔가 됐겠다 싶기도 하다.
내 청년기 시공간에 나온 추리소설 줄거리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대사다. 주로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서 등장하는 말이긴 해도 늘 오금이 저리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살았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잘못하면 안 된다는 교훈으로 삼았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피해자 주변 인물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는 점, 바로 긴장감을 더하며 몰입도가 높다는 점에서 지금도 눈을 감고 연출을 해보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SS 벤 다인의 추리소설 '20법칙'이나 '추리작법 10계'를 들은 바 없어도, 사건개요를 보면 기본적 추리가 가능하다. 그만큼 추리소설에 빠져보면 자연히 터득하게 되는 일이다.
단서, 그리고 알리바이가 맞춰짐에 따라 강력한 용의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범인은 의외의 공간 속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그렇게 1차적 윤곽이 드러나도 반전이 있으므로 추리소설의 진가를 더하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얼마 지난 일이지만 작년부터 생각하지 못한 추리극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황사라고 하더니만 이제는 미세먼지로 바뀐 이야기 말이다.
찌뿌둥한 날씨. 우리는 참으로 한심하기도 했다. 그것이 여인의 실루엣을 연상시키며 문학 속에서 몽환을 부르는 안개로 알고 살았으니 말이다. 안개가 끼었으니 전조등을 켜고 운전을 조심하라는 일기예보 뒤 코멘트를 우리는 다 안개로 알았다는 게 엄청 억울하기까지 했다.

무술년의 봄을 삼켜버린 미세먼지 범인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얼핏 추리소설에서 밀실 살인사건과 구조가 흡사하다. 기관지를 망가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명하다. 한반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탐정이 곧 정부(시)가 된다는 점이 같다.
'서민 생선' 고등어, 그리고 '삼겹살 구이'가 정부가 생각하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용의선상에 올라가더니 이제는 생계형 영업용 차량, 경유차를 단계적으로 연식에 따라 폐차한다고 했다. 추리소설 치고는 얼개가 정말 엉성하다 못해 개그 같다.

이 봄날 야외로 나가면 뺄 수 없는 메뉴가 바비큐다. 그런데 먹는 즐거움을 몽땅 사라지게 한다. 바로 그 바비큐가 또 의심을 받고 있지 않은가. 여론의 반발, 그리고 조롱이 거세지면 용의자는 또 바뀌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라면 인천도 편치 않다. 컨테이너를 싣는 한 척의 배가 트럭 50만대를 능가하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이는 곧 지역 발생량의 13%를 차지한다. 인천지역 하늘에 뿌옇게 낀 미세먼지의 10%가 인천항에서 발생한다니….

AMP(부두 정박 중인 선박에 육상 전기공급, 시동을 끄는 설비) 1기 설치에 30억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몇 기를 설치해야 하는가를 놓고 보면 인천항의 주범 잡기는 돈이라는 이야기다. 빨리 잡히면 좋겠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탐정이 흐리멍텅 하다면 추리소설의 재미는 극감한다. 안 읽은 것만 못하지 않은가.
이제 제한된 공간에서의 용의자를 찾은 게 아니라 바람 부는 쪽으로 얼굴을 돌려 바라볼 일이다. 용의자가 아니라 주범이 분명한데, 왜 탐정을 보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미세먼지 범인 지목의 변천사를 보면 '추리작범 10계'를 알아야 할 듯싶다.
미세먼지 발생 지역이 우리 하늘보다 맑다. 코 마스크가 새로운 상품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 현상을 위한 탐정이 어디 없을까.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내거는 공약에도 미세먼지를 잡는 공약이 들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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