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출판학회 명예회장
책을 읽지 않는 나라와 민족에게 과연 미래는 있을까?
전사회적으로 '4차 혁명'이 유행처럼 회자되지만, 정작 그 이면엔 4차 혁명의 필수요소 지식과 상상력의 보고인 책과는 동떨어진 세태가 만연할 뿐이다. 빠른 인터넷 속도만큼 한국의 독서율은 빠르게 추락 중이다. 얼마 전 발표된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의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은 59.5%로, 성인 10명 중 4∼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율 저하와 독서량 부족은 물론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런 결과는 결국 여러 사회환경 요인에 뿌리를 둔 '마음의 여유 부족'이 큰 요인이리라. 그나마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출판계가 합심해 소매를 걷어붙인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책의 해'이다. 1993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함께 읽는 대한민국 구현, 국민 독서율 제고, 출판 수요 창출'을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올해를 계기로 책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욕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책의 해' 표어도 '#무슨 책 읽어?'로 정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을 위해 해시태그(#)를 붙인 것이다.

2018 책의 해 사업은, 4월 22~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책 축제 '누구나 책, 어디나 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책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북튜버, 북캠핑, 북클럽, 심야책방, 10분 독서, 책 마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계속된다.

다독가이자 장서가였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책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라고 했다. "책은 수저, 망치, 바퀴처럼 한번 발명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라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인터넷 시대가 돼도 책의 용도에 관한 한 그 무엇도 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진실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바야흐로 4차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근저에는 당연히 지식과 상상력을 기초로 해야 할 터이고, 이를 창출하는 힘은 바로 책에서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T) 최강국인 한국이 정작 독서율 빈곤에 허덕인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해답은 분명하다. '누구나 책, 어디나 책'으로 '함께 읽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

2018 책의 해, 이번에야말로 관 주도의 행사 몇 개 하고 대충 끝내서는 안 된다. '책의 해' 행사들의 모든 초점은 독서운동 차원에서 그야말로 많은 독자가 책과 책 읽는 기쁨을 순전히 발견하는 데 맞춰야 한다.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국민의 '독서권' 보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삶터에서 책에 공명하고 책 읽기를 소중한 권리로 생활화하여 개인과 조직이 책 읽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두 말 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 바로 책을 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