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불만·운행불편 쓴소리
기어도 변속 불가능 고정형
항의성 불만글 수백건 확인
수원시 기업과 뒷수습 논의
"어이쿠. 이 자전거 왜 이렇게 무겁고 흔들려대. 타다가 다치겠다."

18일 오전 수원 장안구 공원으로 산책 나온 박모(44·여)씨가 '무인대여 자전거'를 타자마자 쓴 소리를 내뱉었다.

대여 3분도 채 되지 않아 자전거에서 내린 그는 손으로 끌고 반납장소로 향했다.

박 씨는 "무인대여 자전거를 보고 내 개인용 자전거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겨 빌려봤는데, 기본적으로 무거운데다 타이어도 접지력이 약한 거 같다. 이 자전거 사람들이 많이 타느냐"고 되물었다.

수원시가 공유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기업과 협력해 도입한 '무인대여 자전거'가 이용이 불편한 문제로 여러 시민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때 아닌 소동을 빚고 있다.

시는 해당 기업들과 개선책을 논의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18일 시에 따르면 최근 무인대여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서 무인대여 자전거 장비에 대한 불만제기, 환불요구 등이 시와 운영기업에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날까지 시와 자전거 운영 기업에 전달된 항의성 의견은 확인된 부분만 수백 건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아 시 조차도 정확한 현황은 모른다.

다만 시는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와 기업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공개적인 공간에서도 수많은 불만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시민들이 불만을 갖게 된 이유 중 대표적인 게 '운행 불편'이다.

자전거가 너무 무겁고, 고정형 기어라 도저히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과 싱가폴 계열 스마트 공유 자전거 기업인 모바이크(Mobike), 오바이크(Obike)와 업무협약을 한 뒤 무인대여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전국 최초다.

GPS(위치 파악 시스템), 자동잠금해제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무인대여 자전거는 '스테이션(대여소)'이 없이 대여·반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시의 재정 부담이 덜하다는 게 장점이다.

자전거는 민간사업자가 전부 제공하고, 시는 홍보와 각종 인프라를 조성하는 구조다.

시는 두 기업 자전거 1000대를 각각 들였고, 자전거 대수를 확대할 계획도 수립한 바 있다.

이 자전거 모델은 무게가 약 22㎏로, 10㎏대 일반 자전거보다 크기는 작은데 반해 두 배 정도 무겁다.

문제는 기어가 변속이 불가능한 '고정형'인 탓에 오르막길 등의 험난한 지형에서는 운행에 꽤나 힘이 들어간다.

이런 문제를 시와 기업 모두 예측하지 못한 분위기다.

선두로 사업이 시작된 중국 등은 국내보다 비교적 지형이 완만해 운행에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는 일단 현재 있는 자전거 모델이 아닌 가벼운 무게와 기어변속이 가능한 신규 모델을 들일 것과 함께 10여개의 개선사항을 기업 측에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불편 의견이 접수됨에 따라 기업에 즉시 개선을 요구했다"며 "점진적으로 다른 모델이 도입되면 불편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모바이크 관계자는 "모델 마다 장·단점이 있다.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는 모델을 좋아하는 이용자들도 있다"며 "새로 개발한 모델 1500대 정도를 5월초쯤 추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