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거창한 차 사주기...긴급지원 얼마 못 버텨
인천시의 '한국지엠 지원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크다.

한국지엠 1~3차 협력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긴급경영자원지금·특례보증 지원 등의 단기 대책만 내놨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대책은 아예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도 '응급처치 수준을 뛰어넘는 장기 대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2·19면

18일 시에 따르면 한국지엠 협력사에 긴급경영안정자금 700억원, 특례보증 200억원을 지원한다. 또 한국지엠 희망퇴직자·협력사 근로자에겐 전직·재취업 훈련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밖에도 세금·사회보험료 체납 처분도 유예한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한국지엠 1차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천지역 1~3차 협력사 521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4만명 정도다. 한 명당 월급 200만원을 준다고 가정해도 788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며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이)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대책으로는 얼마 못 버틴다"고 말했다.

황호인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2월13일에 인천지법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런데도 시는 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을 세우지 않는 등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지역내 동참 의식 부족'을 지적하고, 학계는 '자동차 산업의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천시가 한국지엠을 경제정책적 차원이 아닌, 일자리로 보고 있다는 점과 인천상의가 한국지엠의 문제를 전면에 다루지 못하는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정원식 한국지엠 부평로대리점 부장은 "이런 일이 터지면 시와 상공회의소는 자동차 사주기 운동을 거창하게 홍보한다. 그러나 실상은 말뿐이다"라며 "한국지엠과 협력사를 살려야 한다며 17일 열린 궐기대회에 참석한 공직자 대부분도 현대·기아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김준우 인천대 경영대학 교수도 "인천시가 자동차 산업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지를 고심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주무부서도 '경제정책'이 아닌 '일자리'이지 않느냐?"라며 "인천 부품 기업(내연기관)의 특성 등을 고려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인천상의도 회장단에 자동차담당, 산업담당 부회장직을 신설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이날 해외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GM이 한국지엠을 법정관리에 넘기면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황신섭·신나영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