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음식점 '광범위 설치' 불구 비장애인 기준 구축돼 불편
#수원 팔달구에 사는 40대 시각장애인 부기동씨는 수원역 패스트푸드점을 갈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비장애인 기준 높이로 설치된 무인기기(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주문·결제 시스템)는 사용할 엄두도 못 낸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인기기로만 주문을 받기 때문이다. 대신 집에서 휴대폰 음성지원 서비스를 통해 메뉴를 듣고 외운 뒤 매장 점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부씨는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데, 점자나 버튼이 없어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지체장애 3급인 안중옥(65)씨도 "휠체어에 앉으면 아예 화면에 손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역 일대에는 쌀국수집과 우동집, 패스트푸드점 등 무인기기를 들인 음식점들이 적지 않다. 17일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 가보니 '무인포스 전용점포' 문구와 함께 무인기기 2대가 놓여 있었다. 직원에게 점자메뉴판을 요청했지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원역의 한 멀티플랙스 상영관의 경우 포스를 운영하는 점원은 2명인데 도입된 무인기기는 9대였다. 무인기기 옆에 붙은 도움 요청 버튼을 3차례 눌렀으나 10분이 지나도 점원은 오지 않았다.

무인기기는 현재 인건비 절감과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은행과 항공·철도, 카페, 병원, 전자제품 AS센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영화관, 음식점 등에 무인기기 도입이 가속화하면서 장애인이 소외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장애인 기준으로 구축돼 터치스크린 위치가 높고 대부분 점자 및 음성안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일상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기술 개발 단계부터 장애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개발된 기기를 장애인을 위해 교체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고 쉽지 않다"면서 "기술을 개발할 때부터 장애인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기표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국장도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높이가 낮은 무인기기를 마련하고,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성안내가 터치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무인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일반사업장뿐 아니라 공공장소, 공항 등 활용도가 높아지는 무인단말기는 비장애인에 맞게 설계돼 장애인이 어려움을 느낀다"며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예린 수습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