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곤 부평 하나로 氣경희 한의원 원장
얼마 전 1년 여간 미국의 로스쿨을 준비한다는 30대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우선 극심한 불면증을 호소한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새벽에 잠들고 자도 2~3시간 정도다. 그마저도 쫓기고 두려운 꿈을 꾸다 깨기 일쑤라고 한다. 그는 앞선 10월에 있었던 미국 한 대학의 로스쿨 시험 당일 기억이 생생하다. 머릿속이 완전 멍해지고, 눈으로는 영어지문이 읽히지 않았으며, 가슴은 쉴 새 없이 뛰었다. 그리하여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결국 1년 넘게 준비한 공부가 완전 헛수고가 되었다고 한다. 다시 올해 시험이 있는데, 또 그런 상황이 올까봐 두렵다고 하면서 치료를 부탁한다. 한참을 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기는 미국 로스쿨을 가지 않으면 자기 인생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험공부의 어려움보다 시험 직전과 시험 당일 불안증이 다시 올까봐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사실 불안은 인간의 본능이면서 한편으론 안전과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경제가 불안합니다', '남북관계가 불안합니다' 등 뉴스에서도 불안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안정과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심거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불안은 개인과 사회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앞에서 찾아온 환자처럼 불안이 지나치다면 안전과 발전을 위한 긍정의 효과가 아닌 현재의 삶을 힘들게 하는 부정의 효과만 남게 된다. 바로 불안이 지나치거나 불안할 필요가 없는데 불안해 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오는 것을 불안장애라 한다.

불안장애는 원인과 양상에 따라 대략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범불안장애다.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불안이 나타나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갑자기 도둑이 들어와 우리 가족이 다치면 어떡하지?', '면접때 지각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경우다. 두 번째로는 공황장애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하지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 불안 증상이다. 세 번째로는 강박증이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경우다. 지나친 감염과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비누로 손을 씻거나 여러번 오랜 시간 샤워를 하는 경우가 강박증의 예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사회공포증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다. 교통사고나 전쟁과 폭력 등의 피해자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심리적·신체적 상처를 입은 경우다.

한의학에서는 원인과 유형에 따라 오장육부 중 심장과 담기능이 약해서 오는 유형,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기가 울체되고 막혀서 생기는 유형, 불필요한 노폐물로 인한 유형, 스트레스가 만성화해 생기는 유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약한 장부를 보강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침구치료, 한약치료 및 상담 등을 통해 불안증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적절한 치료와 함께 환자 본인의 마인드 컨드롤도 상당히 중요하다.
다시 로스쿨 준비 여성 환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로스쿨에 떨어지면 다른 길이 없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도전의 끝이 인생 성공이거나 낭떠러지 이 두 가지 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 도전이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겠는가? 하지만 많은 사람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도전의 결과가 설사 좋지 않았다 해도 인생이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여성 환자에게 도전에 쓴 카드 말고 또 다른 카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였다. 또한 불안을 불안해 하지 말라고 했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감정, 불안으로 나타나는 신체적인 현상 모두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대신 불면, 가슴 두근거림, 초조와 같은 신체적인 증상은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완화시켜 주겠다고 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건 그 공포와 불안의 시간이 지나면 곧 안전한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불안한 상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그 미래 만큼 똑같은 크기로 중요한 오늘과 현재를 망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 않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도전을 앞둔 분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불안해 하는 자신을 자꾸 불안해 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도전하며 롤러코스터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처럼 도전 중에 마주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웃으면서 즐길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