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110편 육필편지 모음집 출간
▲ ㈔4·16 가족협의회 지음, 4·16 기억저장소 엮음, 후마니타스, 384쪽, 1만6000원
널 기억하는 우리 가족과 널 기억하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 늘 널 위해 기도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렴 (우재에게 아빠가)

아직 집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았어/ 너의 책상도 그대로야/ 언제든 비밀번호 누르고 집으로 돌아와 주렴 (봉석에게 엄마가)

책상 위에는 오빠가 사줬던/ 바다에서 돌아온 너의 시계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구나 (다영에게 아빠가)

스물 두 살!/ 너무 멋지고 듬직할 아이의 내 아들 모습 너무 보고 싶다./ 아직도 열여덟 살 그때 그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게 슬프고 맘이 아리다. (준혁에게 엄마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4·16가족협의회 부모들이 하늘나라의 아들딸에게 보내는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110편의 육필편지 모음집 <그리운 너에게>가 출간됐다.

2017년 4월 세월호가 인양됐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은 순조롭지 않다.

엄마, 아빠들이 그 자녀들에게 보내는 110편의 육필 편지는 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을 통해 그들만의 내밀한 기억을 더듬으며 '희생자들'이라는 말에 가렸던 한 명, 한 명의 존재를 환기한다.

편지들마다 빠지지 않고 담긴 것은 받는 이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모든 편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은 미처 전하지 못한 말, "사랑한다"였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건넬 수 있는 부모들에게 자식을 돌보는 마음과 함께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아이들이 쓰던 방에서 아이들의 손때가 담긴 기타며 일기장, 생활 목표가 적힌 메모와 생의 한순간이 담긴 사진, 연한 체취가 남아 있는 옷가지를 바라보고 어루만진다.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곁에 있는 듯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왜 널 볼 수가 없느냐는 말은 아직 보낼 수 없다는 말과 이어져 아득하다.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거기에 있다. 손을 내밀어 만지면 느낄 수 있다. 부모들이 편지에서 이야기하듯, 이 책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 그들을 조심스럽게 기리고자 했다.

너무 늦어 결국 받지 못할 110편의 편지들은, '세월호'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픔을 가진 모든 이들을 가만히 위로한다. 그리고 당연한 슬픔과 그리움의 끝에 충만한 애도 대신 분노와 절망이 남아 있다면, 곳곳에서 '애도하지 못하는 사회'의 풍경을 마주친다면, 네 번째 봄에도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