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환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4년 후 인천시는 공공도서관 개관 100주년을 맞이한다. 인천은 동북아의 허브이자 근대화의 대표 도시로서 이 모든 역사와 문화가 도서관과 맥락을 이어왔다. 이뿐만 아니라 유네스코가 선정한 '책의 수도'인 만큼 지역 공공도서관 의미는 남다르다. 인천이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지식정보의 장(場)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이 현재 공공도서관의 모습으로 개관 100주년을 맞는 것은 '잘 지켜온 백 년'이다. '잘 발전시킨 백 년'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과연 시민 요구에 맞는 지식 정보서비스를 제공하였는가, 시민은 정말 도서관을 지식과 정보의 요람으로 생각하는 주체성을 가졌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모두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인천은 '도서관 정보 민주화'를 위해 지자체와 도서관, 시민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

국가도서관통계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의 공공도서관은 총 48개다. 그중 40개는 지자체가, 8개는 교육청이 운영한다. 필자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지금까지 30여개 도서관을 방문했다. 이때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대부분 도서관이 '너무나 조용했다'는 것이다.

어느 도서관은 이용자가 절대 엄숙하도록 '감시'하는 직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문이다. 도서관은 '정보'가 있는 곳인데 반드시 '조용하게' 그것도 '혼자서' 이용해야 하는가. 시민이 사서에게, 혹은 시민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때는 귓속말에 버금가는 소리로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 하는가. 개방과 소통, 열린 사고와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천의 공공도서관은 100년을 움직여왔지만, 아직 정보 인식은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 보였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자유롭고 시끄러우면서도 생동감 있다. 엄숙한 공부와 무거운 책만이 정보의 원천이라는 인식은 낡은 사고다. 도서관이 더는 '조용히 책 읽는 곳'만으로의 기능을 하지 않아야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토론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활발했다. 뉴욕 공공도서관과 그 분관이 좋은 예다. 이곳에서는 비즈니스, 예술, 육아, 법률 등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서비스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몇몇 도서관이 열린 도서관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천은 아직 그러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

인천시와 인천시민은 모두 다가올 '공공도서관 개관 100주년'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은 과연 수능공부가 아닌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갔을까? 한 시민으로서 내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 있는지 적극 찾거나 요구해본 적 있는가?

영화 '투모로우'를 보면, 인류의 재앙이 닥칠 때 시민들의 마지막 피신처는 '공공도서관'이었다. 그만큼 도서관이 인간의 삶에 중요한 공간이라는 뜻이다. 인천의 도서관 역시 시민 삶에 큰 부분으로 자리를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