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詩, 인천을 읽다] 강물- 천상병   

2018년 04월 16일 00:05 월요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지난 주말 인사동에 모임이 있어 갔다가 찻집 '歸天(귀천)'을 들렀다. '歸天'은 천상병의 대표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대한민국 기성세대 중 이 시를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되랴. 그 찻집은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순옥 씨가 운영했던 곳인데, 아내가 하늘로 돌아간 후, 그 조카가 운영하고 있는 전통찻집이다. 그곳에서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고 있는 시인의 얼굴을 만났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노래했던 순진무구의 시인 천상병. 그에게도 이토록 서러운 눈물이 내면에 흐르고 있었구나. 세상의 더러움이 싫어 바보처럼 살다간 듯하나, 그에게도 이토록 아픈 울음이 서럽게 일렁이고 있었구나.
세상의 모든 존재 내면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어여쁜 꽃들도 밤에 몰래 혼자서 울고, 아무리 사람 좋은 얼굴의 웃음 속에도, 감춰놓고 혼자서 아파하는 슬픔이 숨어 있으니, 내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속에 고여 있는 울음을 따뜻이 감싸주는 사랑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천상병 시인은 1993년 63세의 일기로, 본인의 소망대로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마침내 피안의 하늘로 돌아갔다. 가서 정말 이 세상 소풍이 아름다웠다고 말했을까….

/권영준=시인·인천부개고국 어교사
<저작권자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그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