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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미픽味] 신포동 '이조복국' 복중탕·복튀김·복껍질무침

아끼는 사람과 함께하고픈 … '福' 한 상

2018년 04월 11일 00:05 수요일
▲ 김윤식 시인(왼쪽)과 문계봉 시인이 인천 중구 신포동 '이조복국'에서 시와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83년인가 그 어름일거에요. 그 때 제가 최성병 시인이 운영하던 '시랑'이라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요. 어디냐면 지금 신포동주민센터에서 신포시장 들어가는 초입 첫 번째 사거리 왼쪽 모서리 건물 3층에 있던, 음악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맥주나 양주도 먹던 곳인데 거기서 김윤식 선배와 많은 문인 선배들을 뵙게 됐지요. 당시에 제가 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선배들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지요."

지난해 등단한지 22년 만에 첫 시집 <너무 늦은 연서>를 낸 문계봉 시인은 해가 바뀌자 바쁘게 일하던 민예총 상임이사 직을 내려놓았다. 시간에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미뤄왔던 '픽미픽미'를 같이 할 사람을 물었더니, 그는 선뜻 시인이자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인 '김윤식 선배'를 모시겠다고 했다.

"김윤식 선배가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제물포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선배이기도 해서 그랬는지 아르바이트 끝나면 지금은 없어진 '미미집'이나 '백항아리'라는 술집에 데리고 다녔어요. 그곳에서는 주로 호리병에 담긴 노란 빛깔의 약주를 많이 먹었지요."

그렇게 두 시인이 신포동주민센터 길 건너편에 있는 복중탕을 비롯, 복어요리로 유명한 '이조복국'에서 만났다.

"계봉이랑 가던 미미집은 지금의 신포주점 맞은편으로 옮긴 뒤 일거에요. 당시에는 손설향(孫雪鄕) 시인이나 한국화를 하던 우문국(禹文國) 선생 등 문인이나 화가들이랑 자주 어울렸지요. 그중에 손설향 시인이 거의 매일 함께 했는데, 당시에는 나도 백수여서 돈이 없을 때니까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하던 친구들이 일마치고 와서 술값을 내곤 했지요."

김 시인은 87년, 문 시인은 95년에 등단했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첫 투고 때 두 시인이 쓴 시가 담긴 노트를 다른 친구가 대신 갖다줬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한 번 추천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세 차례 이상 추천을 받아아 추천 완료가 되는 '천료(薦了)'제도가 있었다.

"김윤식 선배가 의미있는 분이라는 게 제가 처음 시를 쓴다고 할 때 신포동 술집에 데리고 다니며 이끌어주셨기도 했고, 등단 22년 만에 첫 시집을 내면서 물론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특히나 김윤식 선배에게 자극 받고 고민하고 그랬던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원래 소설이 쓰고 싶었던 김 시인은 '돈은 못벌어도 시 한줄 못쓰고 죽으면 되겠나' 싶어 시를 쓰게됐고 94년에 첫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를 내면서 많은 물고기에 대한 시를 써서 한 때 '물고기 시인'으로 불렸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인천역 앞마당에 화덕에 나무를 때며 번철을 올려놓고 탕인지 찌개인지 복어랑 물텀벙이를 끓여 시장이나 부두노무자들에게 소주 잔술에 한종지씩 떠서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어요. 그 때는 서해 앞바다가 뻘이라서 고기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나 이런것들이 많아서 복어나 물텀벙이는 물론이고 각종 어종들이 많이 잡혔거든요."

'복어는 복숭아꽃이 떨어지기 전, 즉 4~5월에 먹어야 한다'고 옛 문헌에 나와 있듯이 복어 먹기 좋은 계절에 만난 두 시인은 80~90년대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회상에 젖었다.

"이조복국에는 아마 95년도인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중탕 먹으러 오곤 했는데 내가 왜 이 집에서 보자고 했냐면 '복집의 추억'이 있어서예요. 87년인가 김윤성 선생이 현대문학 주간을 그만두시면서 그동안 인연을 맺은 일들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추천을 못받은게 걸리셨나봐요. 어느날 저에게 전화를 하시더니 '너는 왜 처음 추천된지 4년이 지나도록 아직 등단도 못하고 있냐. 남들은 4개월 만에 천료해달라고 아우성인데 너는 너무 게으른 것 같다'라며 당장 서울로 올라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갔더니 박목월, 조병화 선생이 같이 계셨어요. 20~30년 연배이신 대선배님들에게 '글 열심히 쓰라'고 야단맞고 어려워서 쭈뼛쭈뼛하고 있는데 '점심 때 됐으니까 밥먹으러 가자' 하며 데려간 음식점이 복집이었어요."



'그 집'의 추천 메뉴는 …

●복중탕

'복중탕'은 1995년 이조복국이 개업할 때부터 손님들을 맞은 대표음식이다. 주방과 요리를 책임지는 김기철 대표의 부인 이춘이씨가 매운탕이나 지리 말고 된장을 활용한 탕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내놓았다. 된장을 풀어 만든 복국을 맛 본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뒤 30년 넘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복중탕에 들어가는 된장은 이씨가 수소문 끝에 경상남도 진주에 된장을 잘 담그는 집을 찾아가 어렵게 설득해 필요한 만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복중탕만이 갖고 있는 너무 걸쭉하지도 않고 일본 미소장국처럼 멀겋지도 않는 비법은 바로 이씨의 손맛이다. 이조복국의 모든 탕과 지리에는 고유한 맛을 살리는 '비법 양념'이 있는데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와 배합비율, 어느 정도 끓을 때 넣어야 하는지 등은 이씨만 알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크기에 따라 참복 4~5마리를 넣어 뚝배기에 미나리, 콩나물 등 야채와 함께 끓이기 시작한다. 취향에 따라 식초 한두방울 떨어뜨리면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건강에 좋은 복어 특성상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 좋고 간장 해독 효능이 뛰어나 '해장'으로 먹으면 속을 달래줄 수 있다.

●복튀김, 복껍질, 복껍질무침


복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유지방이 적어 고혈압, 당뇨, 신경통 등 각종 성인병에 좋으며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이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복튀김은 튀김 옷이 얇아서 겉은 바삭바삭하고 복어살은 촉촉하면서 튼실하다. 특별한 향이나 맛을 더하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복어 잔가시를
▲ 복껍질무침
발라서 튀겨내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한다. 복껍질은 복어 껍데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채썰은 것으로 쫄깃쫄깃한 식감이 괜찮다. 씹을수록 특유의 비릿함이 살짝 올라오지만 연겨자를 푼 간장에 찍어먹으면 비린 맛을 잡아준다.

복껍질무침은 향긋한 미나리와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식초가 들어간 양념장에 무친 뒤 통깨로 마무리를 하는데 미나리의 아삭함이 쫄깃한 껍질과 만나 식감을 더해준다. 매콤새콤한 양념장에 찍어 한 젓가락 먹으면 봄철 입맛을 살리는데 그만이다.



대통령 훈장 받은 '착한 사장님'
신메뉴 욕심 많은 '열혈 요리사'

"된장 들어간 복중탕은 인천이 원조"

인천 중구 옛 신포동사무소 바로 앞에 있는 '이조복국'은 현재 대표인 김기철씨가 부인 이춘이씨와 함께 1995년에 개업한 이래 자연산 복어만을 취급하는 복어 요리 전문점이다.

매일 새벽 인천 연안부두 경매시장에서 자연산 복어를 떼어 오는데 주로 참복을 사용한다고 한다. 복중탕, 복지리, 복매운탕 등 탕종류와 복찜, 복수육, 복튀김, 생복, 복껍질, 복껍질무침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모든 요리와 반찬은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씨가 직접 조리해 제공한다.

이 집의 대표요리인 복중탕은 개업할 때부터 이씨가 개발한 메뉴로, 최근에는 다른 지역의 복집에도 가끔 보이지만 당시에는 인천에만 있던 고유 음식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복어가 워낙 고급 어종이라 복집이 많지 않았고 된장을 풀어 끓여낸 중탕은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중탕이 탄생한 사연은 뭐든지 새로운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면 직접 만들어 보는 이씨의 '요리 욕심'이다.

"사실은 우리가 새로 복집을 개업한게 아니라 4년 전부터 세를 줬던 음식점이 '이조복국'이었어요. 그런데 매운탕을 먹다가 고추장 말고 된장을 풀어보면 어떨까 해서 끓여보니 맛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가게를 인수하면서 된장을 넣은 중탕을 내놓았는데 손님들이 '거 참 묘한 맛이네'하며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조'라는 가게 이름도 특별한 뜻이 없이 그냥 기존에 쓰던 거예요."

이 집의 기본반찬은 항상 7가지인데 이날은 고구마조림, 무생채, 호박전, 열무얼갈이김치, 깻잎장아찌, 순무김치, 간장가재장이 올라왔다. 이 중 강화순무에 밴댕이를 통째로 넣어 젓으로 사용해서 담근 순무김치와 '쏙'이라고도 불리는 가재를 간장게장처럼 만들어 씹을수록 뒷맛에 달달한 맛이 감도는 간장가재장은 빼놓지 않는다. 직접 만드는 호박식혜는 후식으로 입안의 잔맛을 없애주는데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팔기도 한다.

복중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씨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요즘같은 환절기에 보양식으로 복어만큼 좋은게 없다며 최근에는 '콜라비생채'를 먹어보니 맛이 있어서 열심히 만들어보고 곧 손님상에 올릴 계획이다.

'이조복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계산대 벽면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 때 받은 '새마을훈장 노력장'이라는 훈장증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김 대표가 중구청 앞에서 오래전부터 살다가 현재 식당건물로 이사온 뒤 2000년 전후 4~5년 동안 중구새마을운동협의회 회장과 중구배드민턴클럽연합회 회장으로 일하며 많은 봉사활동을 벌인 게 인정받아 훈장까지 받게 됐다.

건물 뒤편에 10여대 주차가 가능한 전용주차장이 있으며 식당 안쪽에 모임이나 회식에 좋은 넓은 방도 있다. 032-761-7211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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