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3마리 잡아먹은 수달 사라지자 평화 찾은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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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가족이 다시 돌아와 반가워요."

대학 캠퍼스 호수에서 천연기념물 수달의 괴롭힘 때문에 7년 동안 살던 둥지에서 쫓겨난 거위 가족이 보금자리로 되돌아왔다.
 
9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UNIST) 캠퍼스 안의 천연 호수인 가막못.

한때 수달 등쌀에 생명을 위협을 느껴 안전한 곳으로 긴급 피신한 거위 가족 4마리가 다시 돌아와 여유로운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거위 가족은 원래 2011년부터 이 가막못(2만900㎡)에서 지내온 호수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나 이 평화가 갑자기 깨졌다.

지난해 1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 한 마리가 가막못에 나타나 새살림을 차린 것이다.

처음에는 캠퍼스 주변 산세도 아름답고 공기도 좋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천연기념물이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 흥미롭고 많은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7년 유니스트 캠퍼스 호수에서 노닐고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 모습.[유니스트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수달은 마냥 반가운 손님만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 캠퍼스 호수에서 평화롭게 노닐던 거위 가족을 수달이 해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달이 캠퍼스 중심에 있는 가막못에서 둥지를 틀고 자리 잡은 뒤부터 거위를 하나씩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거위 가족은 대학 인근 주민이 유니스트가 마을에 들어선 기념으로 모두 7마리를 선물했는데, 이 가운데 3마리가 수달에 안타깝게 희생됐다.

유니스트 구성원들은 거위 사체가 캠퍼스에서 발견될 때마다 당혹해 했다.

당시 한국수달보호협회 관계자는 "수달은 하천이나 강가의 최상위 포식자이고, 육지에서는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충분히 거위를 잡아먹을 수 있다"며 "수달과 거위를 분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대학 측은 조언을 듣고 곧바로 남은 거위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인근 마을로 이사시키는 긴급조치를 단행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어서 포획하려면 문화재청 승인까지 받아야 했고, 승인받은 뒤에도 전문가만이 포획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도 복잡했던 만큼 일단 거위 가족을 안전지대로 옮긴 것이다.

이후 한동안 캠퍼스 호수에서 살던 수달이 태화강가로 서식지를 옮기며 자취를 감추자 대학 측은 평화를 되찾은 호수로 거위 가족을 다시 데려왔다.

유니스트 관계자는 10일 "수달이 캠퍼스를 떠난 것이 아쉽지만, 수달 때문에 떠났던 거위가족이 다시 돌아와 호수가 평화를 되찾았다"며 "앞으로도 유니스트가 친환경 캠퍼스로 구성원과 많은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