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 규제는 강화하고 사회적 규제는 과감하게 푸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는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해 왔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없지는 않았다.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을 끼고 있는 탓으로 엄격한 개발규제에 묶인 주민들의 항의가 만만치 않았다. 오죽하면 여주 등지의 일부 주민은 차라리 강원도로 편입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일까지 생겼다. 수도권 규제는 단지 환경적 규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과 균형발전을 이유로 하는 규제도 많다. 경기도는 늘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처럼 거시적인 문제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혜를 모아가며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곳에선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다. 이천시 신둔면 장동리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장동리는 주민 7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시골마을이다. 청정지역인 이 마을 주민들이 수년째 오염된 식수로 물 걱정, 악취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80년대에 설치한 인근 예비군훈련장 때문이다. 연 5만여 명이 찾아오는 이곳 예비군훈련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폐수로 식수가 오염돼 물을 먹을 수도, 악취를 참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시가 실시한 검사 결과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에선 다량의 대장균이 검출됐다. 군부대에서 방류한 오·폐수 수질측정 결과 역시 법정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부유물질 수치는 약 3배, 총인수치는 2배 가까이 오염됐고 총질소는 무려 기준치의 15배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2016년 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오·폐수처리를 위탁받은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개선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시는 우선 올해 이 마을에 상수도를 연결해 식수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악취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예산도 문제고, 폐수를 하수처리장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4년 전부터 계속된 민원, 당장의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에 대한 답변치고는 제법 한가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