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 'Made In Korea' 꿈꾸다
▲ 창업 3년 차를 맞은 ㈜실크로드소프트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연구로 세계적 도약 발판 마련에 분주하다. 사진은 지난 4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만난 윤정일 대표.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컴퓨터 없이 과학고 목표인 제주소년
학교 컴퓨터로 독학해 프로그램 개발
경시대회 뛰어 넘는 수준으로 우승해

대학졸업 후엔 10년간 연구에만 매진
세계 1위 오라클의 DB기술 알아내자
경제과학진흥원 도움 받아 기반 확장
현재 기업17곳 관리하는 업체로 성장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만 우수할 뿐
IT강국 아냐 … 제품 경쟁력 높일 것"



많은 청년이 성공을 꿈꾸며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업이 생존하기까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힘겹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39세 미만 청년들은 238개 기업을 만들었지만, 143개 기업을 폐업신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력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며 창업 3년 차를 맞은 청년 기업이 있다. 바로 ㈜실크로드소프트가 그 주인공이다.

㈜실크로드소프트는 한 청년이 우연히 발견한 세계적 기술을 토대로 도약의 발판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15명의 직원을 둔 이 기업은 윤정일(37) 대표의 숨은 노력과 땀의 결정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그를 만났다.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프로그램 만들던 소년

윤정일 대표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꿈을 키웠다.

과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중학생 소년에게는 과학고 진학이 1차 목표였다. 당시 중학교에서 과학고 진학을 위해서는 내신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시대회 성적이 필수였다.

그는 전산경시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그의 집에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가 없었다.

그는 가정환경 탓을 하지 않았다.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독학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당시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당시 경시대회 수준을 뛰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x+y=z'가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준이었던 중학생 경시대회에서, 그의 프로그램은 어떤 값을 대입해도 y가 달라져 z가 나오도록 해 심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경시대회 1등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경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에게 경시대회 참가비용을 달라고 조르고, 선생님에게 노트북을 빌려 어렵게 참가했다.

그러나 그는 경시대회에서 은상에 그치고 만다. 대회 현장에서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1등 할 줄 알았는데, 컴퓨터실에서는 잘 돌아가던 프로그램이 선생님에게 빌린 노트북에서 소프트웨어가 돌아가지 않았다"며 "그래도 워낙 프로그램이 좋아서 은상이라도 받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회상했다.


▲데이터베이스 연구에 올인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이 없다'

이후 그의 삶은 그야말로 워킹홀릭이었다. 포항공대를 졸업한 후 연구에 매진했다. 국내 유수의 데이터베이스 분야 기술을 가진 업체에서 10여년을 쉼 없이 연구개발에 전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기술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쳤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의 기술로는 세계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의 두 축인 운영체계(OS)와 데이터베이스(DB)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점유하고 있었다.

특히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의 변경 데이터를 기록하는 파일(REDO로그)의 형식은 많은 사람이 알아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오라클은 자체 프로그램인 오라클 골든게이트(OGG)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데이터 복제를 맡아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그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오라클의 기술력을 따라가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라클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회사를 퇴사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윤 대표는 결국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 로그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것을 알아낸다면 데이터베이스 복사에 세계 1위인 오라클골든게이트(OGG) 프로그램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했다'

그는 유학준비중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연구계획을 세우던 중에 오라클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그는 유학 계획을 접고, 창업을 준비했다. 결국 그는 2015년 12월 ㈜실크로드소프트를 세운다.

윤 대표는 "방법론적 연구를 했다. 오라클이 형식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해석하는 것일까 고민하다 보니 3개월 만에 덜컥 방법을 알아냈다"며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년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자금 압박과 내·외부의 갈등은 회사를 흔들었다. 그러던중 그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손길을 내민 곳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다.

경과원에서 제공하는 벤처창업기업 보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착실히 기술을 키우고 기반을 마련할 시간을 벌었다. 그러면서 오라클용 데이터베이스 복제 제품 중 1위인 오라클 골든게이트(OGG)와 대등한 '실크로드'를 개발하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길이 열렸다.

우수한 기술력은 '경기도 슈퍼맨 창조오디션'에서 금상을 받았고, 27건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직접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동국제강, 한국전자통신 연구원, 다이소, 롯데렌트카 등 17개 공공·민간 업체를 고객사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창업, 현실이다.

그는 청년 창업 희망자들에게 '초기회사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과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라'는 두 가지를 조언했다.

윤 대표는 "회사가 망하면 결국 대표책임이다. 회사 초기에 금전적인 문제와 내부의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부딪친다"며 "창업구성원과의 관계는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초기 청년창업을 하다 보면 대표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지인과의 관계가 대표와 직원이 아닌 친구라는 관계로 묶일 수 있다. 많은 컨설팅을 받고 기업의 기초가 닦이기 전에는 1인 기업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윤 대표는 "스타트업 보육센터 등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시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보조금과 선배들의 엔젤 투자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국가에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은 전 세계 1등이지만 IT강국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국기업의 것을 사용하고 있고, 많은 로얄티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인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국내에서만 쓰고 세계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결국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세계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정일 대표는...


1982년 제주도 태생으로, 사촌이 50명이 넘는 1남 1녀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제주도에서 중학교를 다닌 후 부산과학고, 포항공대를 거쳐 국내 유수의 데이터베이스(DB) 분야 기업 티맥스소프트에 입사했다.
10여년의 연구 끝에 글로벌 기술에 대한 갈증으로 한계를 느끼고 회사를 그만뒀다. 우연히, 하지만 철저한 방법론에서 발견한 기술에서 (주)실크로드소프트를 세웠다. 세계1위 시스템과 견줄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