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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고풍스러운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생트·세실 거리는 몽마르트르 대로(大路)에 인접한 차분한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었던 에르완 구뱅씨가 비빔밥과 김밥을 파는 푸드트럭 앞에는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스타나 피자보다 맛있고 먹기도 편하며 영양가도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기 있는 푸드트럭이 되었다. 파리 시내와 교외지역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구뱅씨는 앞으로 파리에 테이크아웃 한식 전문점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파리의 공화국광장에 인접한 오버캠프 거리에 1호점을 개점한 피에르·상 레스토랑을 처음 찾은 것은 2016년 한불 상공회의소회장을 역임한 프랑스 변호사 이준 씨의 초청을 받아서였다. 이미 프랑스의 미디어에 많이 소개된 입양아 출신 피에르 상 씨는 한국여성과 결혼하여 부부가 함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한국의 맛을 프랑스 요리에 접목한 셰프로서의 기량 또한 돋보였다. ▶입양아 출신으로 프랑스의 디지털장관과 문화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 씨를 가깝게 알게 된 것은 부모들이 사는 남프랑스 뚜렛트라는 마을의 별장에서였다. 필자의 어머님 고 이성자(1918~2009) 화백의 화실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는 펠르랭 가족의 별장과 화실을 오가면서 한국의 입양아로 프랑스 정부의 요직을 두루거친 한 여성의 성장과정과 그를 뒷받침한 부모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프랑스라는 나라의 품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스 의회에도 한국 입양아 출신 장 뱅상 플라세 의원이 국가개혁담당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 공화국'당 후보로 출마한 조아킴 송 포르제 씨가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34세의 젊은 나이의 포르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후보로 나설 것을 설득하여 출마했던 의사출신 엘리트로 꼽힌다. ▶프랑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는 입양아 출신들의 모습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만나면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197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 파리특파원으로 일할 때 서울에서 오는 대한항공편으로 파리공항에 도착하는 입양아들과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프랑스 부모들을 보면서 어린이들을 남의 나라로 보내는 조국에 대한 자괴심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가까운 시점에서 성장한 입양아들의 활약상을 보면 프랑스라는 나라와 양부모들이 고맙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