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출산 붐이 일어난 시기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이전 시기까지 9년 정도다.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에서 14.3%를 차지한다. 736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집단이다. 이들은 합계출산율이 3.0명을 넘는 인구 증가 시기에 태어나 색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을 경험했다. 현재 55~63세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는 2010년도 이후부터 이미 시작됐다. 피부에 닿는 베이비부머의 정치적 성장환경은 우선 베트남전쟁, 유신독재체제를 떠올리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1차 오일쇼크, 중동건설시장 진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체험했다. 중학교 무시험 진학, 고교평준화 정책, 대입학력고사 등 교육제도의 변화 속에 있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세대도 사교육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공통점은 변함 없다. 그동안 서울지하철이 개통되고 컬러TV 시대가 열렸으며, 프로야구도 출범했다. 의료보험·국민연금이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겪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열광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교육수준과 성별에 상관 없이 대부분 경제활동에 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특성을 지녔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했다.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에도 유효한 근로능력과 의지를 정책에 담아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서울지역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월평균소득은 4234만원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자산규모는 평균 3억3000만원 정도다. 10명 중 8명은 보험·저축 등을 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노후에 일하길 희망하는 베이비부머는 63.9%이며 노후여가에 대해서 83.7%가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이른 은퇴시기를 이겨내고 연금지급 시기까지의 경제적 공백기를 극복해야 하는 위기의 세대다.
조기 은퇴환경과 더불어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에 대한 관심이 크다. 퇴직 이후 개인적 성취, 소득확보, 사회공헌 등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이다. 은퇴 후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으며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보려 하는 일석이조의 실천들이 확산됐으면 한다. 버리기 아까운 역량을 지닌 베이비부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추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공헌 일자리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