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일 밀려 바쁘다" 소화기 비치 규정 어겨
잇단 대형화재 … 원인 80%는 용접·용단 부주의
인천지역 공사현장에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방 당국이나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겨울 혹독한 날씨 속에 일거리가 밀려 공사장마다 마음이 급한 요즘이라 안전 관리 체계를 손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11시34분쯤 부평구 부평동 한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숨지는 등 모두 7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하 1층에서 일하던 A(56)씨가 이 사고로 사망, B(48)씨를 포함한 3명은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나머지 노동자 3명도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공사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공사장 1층에서 노동자 3명이 철로 된 파이프를 연결하기 위해 용접 작업을 하다 불티가 천장 단열재에 튀면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증언이 있었다. 불은 바닥에 있던 스티로폼 단열재로 옮겨 붙으면서 크게 번졌다.

용접이나 용단 작업을 하다 불이 난 사례는 사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부평 화재 불과 5일 전인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 주변 기내식 제조건물에서 방화문 용접 작업 중 불이 나 소방서 추산 45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인천소방본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8년 3월 말까지 인천 공사장 화재는 총 125건이다. 이 가운데 80% 정도는 용접이나 용단 등 불꽃 작업 시 부주의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인천지역 10개 소방서는 봄철이나 건조기마다 용접·용단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안전 교육을 벌여도 현장 환경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평지역 한 공사현장 관계자는 "자르고 이어 붙이는 용단, 용접은 공사장에서 흔한 일인데 그때마다 화기 감시자나 소화기 등을 두고 하기에는 번거롭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설 전까지 날씨가 추워 공사 기간이 촉박한 곳이 많아 안전 규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제 화재 후 조사해 보면, 작업자들이 소화기 비치와 같은 간단한 안전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며 "오는 30일까지 인천지역 건축 공사장 540곳에 긴급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