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초교 - 아파트단지 사이 매설된 구간 부식
보수공사절차 밟아 … 불안한 주민들 철거요구
도심 한복판에 매설된 에스오일(S-OIL) 배관에서 부식이 확인돼 또다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배관이 초등학교와 아파트 바로 앞에 파묻혀 있는데도, 에스오일은 배관 폐쇄·이설 보다 시설을 보수해 장기 사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29일 인천 중구와 연안동 주민들에 따르면 연안초와 라이프비취맨션아파트 사이 도로 아래엔 에스오일 소유 배관이 설치된 상태다. 이 배관은 에스오일 인천저유소에 보관된 기름이 해안 쪽에 있는 경인송유관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데 '이음새' 역할을 한다.

길이 80㎞에 조금 못 미치는 경인송유관의 경로는 3곳이다. 일반유는 경기도 고양, 항공유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이 각각 종착지다.

문제는 에스오일 배관이 수십년간 땅속에 묻혀 있다 보니, 일부 구간에서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에스오일 측이 일부 구간이 부식됐다며 긴급히 굴착 공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다"며 "내년 3월까지 배관 보수를 못하면 기름 유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일보가 입수한 '에스오일 경인송유관 경인지선 이설 개요'에서도 에스오일 배관이 부식된 사실이 확인된다. 에스오일은 '2014년 시행한 배관 부식 검사 결과 일부 구간의 부식이 확인됐으며, 안전한 시설 운영을 위해 보수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 문서는 에스오일이 경인송유관 경인지선 이설과 배관 보수공사에 대한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해 지난해 2월 작성됐다.

그러나 지역에선 보수공사를 반대하며 배관 폐쇄·이설을 요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배관이 매설된 도로를 지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에스오일이 오랜 기간 위험시설을 운영해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주민 안전을 고려해 철거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중구의회는 장기적으로 에스오일이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철홍 의장은 "주민 안전을 생각했을 때 에스오일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게 맞다"며 "당장은 배관 폐쇄 등 안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오일 측 입장을 확인하려고 관계자에게 물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