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정치부 차장
"난 죄인이 아닌데…."
엊그제 선배를 만났다. 몇 년 만에 해우다. "애는 잘 커? 아직 하나야?" 그의 물음이 벌써 불안하다. "에이. 그래도 둘은 있어야지. 너 아직 어리잖아. 나라도 애가 없어서 고민이라는데, 아직 늦지 않았어. 도전해봐." 출산율이 1.0%대로 바닥권이란 사실은 안다. 그런데 내가 애를 하나만 낳아서 그런 걸까.
그 선배는 이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난 그래도 애 셋 키운다. 애 한테 최고의 선물은 동생이야. 알면서 그래." 가슴을 후벼판다.
알고 있다. 부모가 평생 죽을 때까지 애를 따를 수는 없다. 부모가 떠난 후 인생의 버팀목으로 자라줄 동기간을 안겨주는 게 애에게 해줄 수 있는 부모의 최고 덕일 터이다.
집에 가면 속상하다.

오늘도 애는 혼자다. 홀로 팽이를 돌리며 혼잣말로 논다. 이 팽이, 저 팽이 튀기며 서로 경쟁을 시킨다. 이 팽이가 이기면, 저 팽이에게 "힘 내"라고 전하고, 저 팽이가 이기면, "역시"라며 논다. 조금 지나면 다른 장난감이 애 손에 들려 있다. 또 혼잣말로 아군과 적군을 반복한다. 그렇게 혼자인 시간을 애는 이겨낸다.
장난감은 차라리 낫다. 배움을 가장해 시간을 '때우는' 모습은 안쓰럽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직은 가방을 짊어지기에 좁은 어깨가 안쓰럽다. 그래도 오전 7시에 힘겹게 이불에서 나와 짜증 섞인 푸념 속에 스스로를 추스른다. 학교가 끝나면 오후 1시쯤, 그 때부터 애는 학원을 전전한다.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학원버스에 몸을 싣고, 다른 학원을 향한다. 평상복에서 도복으로, 다시 무용복으로 갈아 입는다.

"힘들지?" 묻기도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엄마와 아빠의 일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긴다. 너를 학원에 보내기 싫어도 방과 후는 다 떨어졌고, 돌봄교실은 꽉 차서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
조금만 버티자.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당분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지금 상황에 학교 끝나고 함께 살을 부비기에도 벅차다. 곧 지방선거니까, 정부가 아니 인천시가 좋은 정책을 내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