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 세부명세서 발급 제도화 앞장…"변해야 사회적 편견 극복"
내 소중한 가족, 친구, 이웃과의 갑작스런 이별….

고인과의 마지막 추억을 회상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장례(葬禮)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한국인은 장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처럼 한민족 특유의 예에서 내려져온 장례식이 현대에 와서 일부 몰지각한 상술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가지 비용 아닌가?'라는 의구심은 장례를 치뤄 본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장례비용 세부명세서 발급'이 본격화 되면 이런 의문이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장례비용 세부명세서 발급'은 법적 의무사항으로 유예기간이 지나는 내년 6월부터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회원들을 설득해 세부명세서 발급을 자발적으로 제안했던 박일도(63·안산제일장례식장 회장)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세부명세서 발급은 장례사업자로서는 혁신적인 변화로 우리가 먼저 투명해져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이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간 우리 직업의 평판은 호의적이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먼저 스스로 빠르게 변화해야 이러한 냉소적인 사회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장례업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사업장이 되려면 비용의 투명화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장례식장 영수증도 마트 영수증처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세부명세서 외에도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 '국가재난 대비 지정장례식장 설치'를 제안했다.

'국가적 재난에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란 취지의 제안은 정부와 지자체의 찬성을 이끌어내 올해부터 전국 장례식장 181곳이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국가지정 장례식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장례비용의 투명화,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사회적 협조 및 산학협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 주관 '제21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 당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협조로 단원고 학생 50명의 장례를 치르는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민들과 아픔을 같이 하기 위해 장례 수익금 5000만원을 단원고에 기부했다.

이후 희생된 아이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매년 100여명씩의 차상위계층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9000여만원의 교복비를 기부해 오며 지역사회와 아픔을 나누고 있다.

/안산=안병선 기자 bsa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