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야에 '무단횡단으로 보행자를 충격했다'는 다급한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되었다.
무단횡단에 의한 교통사고가 유발되면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는 각종 뉴스나 신문기사 등으로 계속 보고 들어 왔다.

하지만 정작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은 알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차도 안 오는데 좀 그럴 수 있지"라는 식의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 차량 통행이 줄어들면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신호위반이나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운전자도 늘어 보행자 시야 밖에 있던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불시에 나타나 무단횡단자와 사고를 낼 확률을 높인다. 문제는 이 같은 경우 누군가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순간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를 간혹 보곤 한다.

신고를 받고 신속히 순찰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긴급히 출발하는 순간 1초라도 더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에 집중하다 보면, 검은 옷을 위 아래로 착용한 상태로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보행자와 바로 앞에서 맞닥뜨리곤 하는 아찔한 순간도 발생한다.

아마 당시 도로 위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의 생명과 신고현장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던 사람의 생명과 긴급출동을 하고 있던 경찰관의 생명, 그 어떤 일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긴급 출동중이던 112 순찰차량의 경찰관이 본의 아니게 또 다른 생명의 위험을 발생시킬 수도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빨리 편하고자 하는 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신(一身)의 생명을 앗아간다.
단 한번의 '무단횡단'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으며, 나아가 내 모든 미래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지윤 삼산署 부개파출소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