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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특별히 애국심을 발휘하며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려 힘쓴 인물이 많다.

인천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였던 장창선을 꼽을 수 있겠다.

장창선은 인천 신포시장에서 콩나물 장사를 하던 홀어머니 아래서 성장하면서 어렵게 레슬링을 배웠다.

가난을 딛고 1962년 제4회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와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레슬링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며 스포츠 희망에 불씨를 피우는 동시에 인천의 자랑으로 우뚝 섰다.

1966년 미국 털리도(Toledo)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대한민국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최초로 대망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역사적 순간을 누렸다.

그러나 우방국인 미국마저도 당시 우리 애국가를 준비하지 않아 금메달만 받는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질 뻔했다.

장창선과 한국선수단은 시상대에서 우리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면 금메달을 받을 수 없었기에 응원을 나온 교민과 유학생 등 총 13명이 육성으로 애국가를 불러 세계 만방에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줬다.


우리는 이런 극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을 까마득히 잊었거나 모른 채 살고 있다.

장창선은 은퇴 후에도 자신이 체득한 기술과 국제대회 경험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국가대표 지도자와 대한레슬링협회 전무이사·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행정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양정모로부터 시작해 1984년 로스엔젤레스올림픽 김원기와 유인탁의 금메달,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9개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한명우와 김영남의 금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11개 금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안한봉과 박장순의 금메달, 1989년과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 김종신과 박장순의 금메달 획득으로 이어져 국위선양은 물론 레슬링 발전에 기여했다.

2000년엔 모든 스포츠 종목 대표선수들이 모인 체육의 요람 태릉선수촌장이 되면서 체육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국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후엔 고향 인천에서 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청소년스포츠클럽 운영위원장 등 명예직에만 일관하며 지역체육 발전에도 헌신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위원과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을 맡아 고향 인천을 위한 열정과 봉사의 삶을 실천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2014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까지 했다.


인천 출신 체육인으로서 태릉선수촌장과 스포츠영웅이 된 이는 장창선뿐이다. 이 분만큼 50년 넘게 인천과 한국의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체육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인천은 스포츠영웅에 대해 어떠한 보답도 못하고 있다.

그가 지닌 역사적 산물을 어떻게 보존할지조차 고민하지 않는 분위기다. 창피한 일이지만, 지난 2016년 일본에서 열린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대한민국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획득 5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됐다.

털리도 대회 결승에서 장창선에게 패해 2위를 차지했던 가쓰무라 야쓰오 선수의 초대였다. 일본 레슬링 가족들은 야마구치 현 야나이시에서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고 축하해주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장창선 스포츠영웅이 직접 축하를 받진 못했으나 장창선 가족과 인천레슬링협회 전직 구성원들이 참석해 환영을 받았다.

또한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기 위해 2017년 인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필자를 비롯해 뜻있는 인천지역 회원 10명으로 출발한 '장창선 스포츠영웅 체육·기념관 건립 추진회'가 발족했고, 곧이어 '장창선·가쓰무라 야쓰오 인천·야나이 친선 교류회'도 결성됐다.

드디어 2017년 10월, 인천·야나이 친선 교류회는 장창선 스포츠영웅을 초대한 가운데 가쓰무라 야쓰오 선생을 인천에서 다시 만나 50주년 축하 기념식을 거행했다.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이름을 딴 체육관 추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의 공로를 기려 2006년 인천시는 부평구 삼산동 삼산월드체육관을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이름을 딴 체육관으로 명칭을 제정하려 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는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지역주민과의 공감 없이 내 이름을 내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사를 밝혀 중단됐다.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2015년 하반기 필자와 정창일 인천시의회 의원은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가 기거 중인 연수구에 위치한 선학체육관 명칭을 '선학장창선체육관'으로 변경하는 운동에 나섰다.

이재오 연수구청장과도 면담했으며 체육관 명칭 변경 제안서와 선학동 주민과 시민 1000명 가량의 서명부를 시체육회를 통해 인천시에 공문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여태 어떠한 추진상황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그 지역 출신 원로체육인이나 현역 스포츠인의 이름을 본뜬 체육관과 기념관, 동상 등이 건립돼 있다.

인천엔 인천 출신이 아니지만 인천시 소속으로 뛴 수영 종목 박태환의 이름을 붙인 문학박태환수영장이 있다.
현역 운동선수와 인천 출신 장창선 스포츠영웅의 이름이 담긴 선학장창선체육관이 인근에 같이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스포츠 역사상 가치 있는 일이자 인천의 뿌리를 찾는 일이 될 것이다.

/김충식 장창선 스포츠영웅 체육·기념관 건립추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