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노총 '성폭행' 실태조사] 응답자 30% "성추행 등 경험"
가해자 50~90여명 명단 확보…"2차 피해 발생 땐 공개할 것"
▲ 경기도 9개 산하기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경기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경공노총)이 2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기 R&DB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성폭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이하 경공노총)이 소속 7개 공공기관의 여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한 50~90여명의 가해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 21일 온라인판>

경공노총은 피해 여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공노총은 21일 수원시 경기 R&DB센터에서 '공공기관 성폭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12일부터 5일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도자재단·경기도예술의전당·경기도문화재단·경기연구원·경기콘텐츠진흥원 등 도내 7개 공공기관 소속 700여명(남·여직원 각각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30%(약 230명)가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여성 직원의 54%(약 189명)가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특히 189명의 여성 피해자 가운데 30~50%는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면 경공노총에서 가해자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성폭력 사례는 언어적 성희롱, 사생활 침해, 신체접촉, 관계요구 암시 등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한 기관의 부서장은 휴가를 다녀온 여직원에게 '남자친구와 뜨거운 밤을 보냈냐'는 등 적나라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옷을 안 갈아입었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친하다는 이유로 뒤에서 껴안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회식 중 여직원을 모텔 앞까지 데려가고, 여직원들에게 숙소에서 함께 술을 마시자고 하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요구도 잇따랐다.

경험 또는 목격한 성폭력의 장소 또한 사무실 등 업무장소(57.10%), 회식장소(59.70%), 출장장소(19.40%), 식사장소(14.20%)로 조사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성추행이 발생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같은 기관내의 상급자와 부서장 등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자가 다수였으며 경기도청의 업무 담당자와 관리자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여기에 업무관계자와 경기도의원, 고객사 관계자 등도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공노총은 2차 피해를 우려해 구체적 사례 등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피해 여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면 명단 공개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영 경공노총 의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오랫동안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가해자가 공개될 경우 2차 피해는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조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거나 2차 피해가 생기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를 공개하고 경찰·감사원 수사의뢰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공노총은 이날 전체 응답자의 66%(남성56%·여성76%)가 갑질을 경험했다는 갑질 사례 실태조사도 함께 공개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