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고 인물사' 근현대사 족적 남긴 동문들 엮어내
▲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4인.
▲ 김은호 화백.
▲ 경제학자 신태환 박사.
▲ 미 FDA 승인 신약을 한국인 최초로 개발한 홍창용 박사.













'인천고 인물사'에는 한국 근현대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의친왕을 망명시키는 의열단 행동대원으로 활동한 이을규·이정규 형제, 고종 어진을 그리며 한국미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당 김은호 화백, 서울대총장을 지낸 한국 경제학의 큰 별 신태환 박사, 노동법의 권위자였던 금동신 단국대 전 부총장, 서울대 교수로 한국 미생물학계를 이끈 최성배 박사, 반도체 분야서 세계적 업적을 남긴 유필원 박사, 한국인으로 미국 FDA 승인 신약을 처음 개발해 한국생명과학의 새 장을 연 홍창용 박사, 창경원 동물부장이었던 김정만 동물박사,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삼성의 입' 역할을 한 이희준, 리얼리즘 연극의 1인자로 꼽혔던 극작가 함세덕,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사가 한상억, '이별의 인천항'을 부른 국민가수 박경원, 7080세대와 함께 했던 '조약돌', '친구야 친구'를 부른 박상규, 15년간 고려대 야구감독을 지내며 선동렬과 류중일 등 한국 야구의 기둥을 키워낸 최남수, 1960~1970년대 한국 연식정구를 이끈 함관수, 일제강점기 중국 복싱을 평정했으며 한국 프로복싱의 산파역을 한 박순철 등이다.

강화도 3·1운동을 이끌었으며 최초 미국 유학 성공회 사제가 된 조광원, 한국 무속을 꿰뚫은 민속학자 김태곤, 기독교 감리단 총감독을 지낸 장광영 목사, 인천의 대표적 기업인 영진공사 창업주이며 인천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기상, 일본 고시엔대회에 출전해 맹활약한 인천 야구의 대부 김선웅,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회의원 한영수, 이택돈 등도 포함됐다.

'인물사'의 하이라이트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 비밀결사 활동을 하다 숨진 39회 졸업생들이다. 20여명이 학병반대와 창씨개명 반대 등을 전국에 확산시키려고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적발당해 모진 고문 끝에 가재연, 고윤희, 김려수, 정태윤 등 4명이 광복도 못본 채 옥사했다. 광복이 되고 20여명 중 10명이 정부로부터 독립유공훈장을 받았다. 고교 동기동창 중 10명이 독립유공훈장을 받은 사례는 이들 외에 없다. 인천고 교정에는 이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명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인천고는 유난히 저항 정신이 강해 독립투사와 좌익 공산주의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인물사 편찬위원장인 소설가 이원규(71)씨는 "친일파와 좌익 공산주의자들의 수록 여부를 두고 동문끼리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다"며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그대로 실었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한국공산주의 운동사의 거물로 북한 사법상을 지낸 이승엽, 1946년 조선공산당의 조선정판사 위폐사건의 중심인물이었던 송언필, 제주 4·3항쟁을 지휘하고 처형된 이두옥, 일제강점기 6·10만세 운동을 주도한 뒤 친일파로 변절한 차재정, 인천에서 큰 정미소를 운영했던 친일파 김태훈 등도 수록됐다. 일제 관헌문서나 신문 잡지에 인천상업학교, 인천고를 나왔다는 기록이 있으나 졸업대장에 없으면 '추정'이라는 단서도 달았고 자료 부족으로 수록에서 빠진 유명인들도 있다.

이기문(66·변호사) 총동창회장은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려 했던 수많은 동문들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현 동문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인물사를 준비하게 됐다"며 "생존해 계신 훌륭한 선배들도 많으나 일단은 고인들을 대상으로 책을 발간했다"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고총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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