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권고에도 제도 개선 '머뭇'
서구는 기탁자 자발성 고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 강요 행위를 막는 권고안을 확정한 가운데, 대다수 인천지역 군·구들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최근 부당한 기부관행을 개선하는 내용의 공문을 만들어 10개 군·구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부당한 기부관행이란 공사·용역을 따낸 업체에게 장학금 등의 기부금을 내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몇년간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권익위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제도 개선을 권고한 상태다.

시는 권고에 따라 기부금을 받으면 ▲기탁자가 자발적으로 냈는지 ▲행정목적 수행에 기부금이 필요한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지 등을 추가 검토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각 군·구에 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안을 반영한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조치가 없었던 A구 관계자는 "솔직히 제도 개선을 할지 말지 판단이 안 섰던 상황이었다"라며 "방법적인 부분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B구 관계자도 "아직은 없다.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체 계획을 세운 서구는 "권익위 권고에 따라 기부심사 제도를 일부 변경했다"라며 "기부금을 접수하면 기탁자의 자발성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기부금을 강요하는 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기초자치단체들이 장학재단을 우후죽순처럼 세우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커졌다.

최근에는 한 기초단체가 장학재단 기부 강요 논란 때문에 경찰 수사까지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인천지역 기업 관계자 C씨는 "때만 되면 여기저기서 기부금을 요구한다. 장학재단이 생기면서 더 심해졌다"라며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 가장 좋은데, 지역에서 사업하려면 내야한다는 식은 조금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각 군·구에 권고사항을 전파한 상태다. 점차 기부금품 모집 기준을 강화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