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에 정화계획서 제출 … 배관 교체키로
▲ 인천 중구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 인근 굴착 공사 현장에서 에스오일(S-OIL) 관계자들이 지난 4일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 토양 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에스오일(S-OIL) 배관 기름 유출 사고로 15t 덤프트럭 22대분의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일보 3월16·20일자 19면>

인천 중구는 최근 에스오일이 토양오염 정화계획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구는 계획서를 통해 에스오일 인천저유소의 배관에서 유출된 중질유로 토양 '216루베'가 오염된 사실을 파악했다. 1루베는 1㎥이다. 가로·세로·높이 216m 규모의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보통 10루베의 모래를 싣는 15t 덤프트럭으론 22대분에 이르는 양이다.

배관 유출 부위가 작은 구멍에 불과했음에도 오염이 확산된 데는 상온에서 굳는 중질유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 배관을 둘러싼 '보온재'가 기름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배관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보온재를 타고 낮은 지점으로 흐르며 토양 오염을 키운 것이다.

앞서 구는 기름이 유출된 토양에서 기름 찌꺼기인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토양 오염 기준치(2000㎎/㎏)의 13배에서 18배까지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에스오일에 토양 정화와 정밀 조사 명령을 동시에 내린 바 있다.

토양 정화 기간은 내년 3월까지다.
에스오일은 계획서에 따라 정화가 가능한 토양에 대해선 정화를 실시하고, 정화가 불가능한 토양은 폐기물 처리업체에 의뢰해 처리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번 기름 유출 사고는 오염 원인자에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과태료 처분 등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토양 정화 작업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원인자로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에스오일은 내구연한이 10년이나 남은 배관의 부식 원인을 찾기 위해 배관 전문가 등을 총동원한 상태다.

인천일보가 제기한 매립지 염분과 중질유 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배관에 대해선 기름이 유출된 지점을 중심으로 35~36m 구간을 새 배관으로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첨단 내시경으로 배관 전체의 안전성을 진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에스오일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다시는 기름 유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