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흙·유약 구입 역부족
국가 대우 최 하등급 '충격'
사재털어 해외홍보 하기도
이천시의회 "지원조례 개정"
▲ 이천시 도자기 명장에 선정되면 한시적으로 매달 30여만원을 받는다.명인들은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부업전선에 뛰어들 만큼 일부 도자기 명장(名匠)들이 생활고를 겪는 데에는 이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지원환경의 기반이 부실한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인천일보 3월13일자 1면>

이천시 도자기 명장에게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연구비는 매월 28만원 꼴로 도자기의 재료인 흙과 유약 등을 구입하거나 직접 제조하는 데에도 부족하다.

이천시의회는 인천일보 보도 이후 명장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례를 손질하기로 했다.

20일 도공과 이천시 등에 따르면 수천 년 역사를 지닌 '도자기 고장 이천'에는 도공 328명 중 20명이 명장이다.

명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인정하는 대한민국 명장'과 '각 지자체에서 선정하는 명장' 등이 있다.

이천시 명장 칭호를 얻기는 쉽지 않다.

우선 도예 산업에 30년 이상 한결같이 몸담아야 한다.

성형, 조각, 서화, 디자인 등 전통도예기술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도자기 특허, 대회 수상 등 도자기 기술 발전에 공헌한 점도 커야 한다.

이 모든 스펙을 갖췄을 때 명장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지원도 도공 스스로 할 수 없다.

이천시 도자기 명장 선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읍·면·동장 또는 도예 산업 단체 대표자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명장으로 추천된 도공들은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

시는 명장선정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 작업에 돌입한다. 심사 과정은 서류, 실기 전형 등이다. 지원자들은 한 곳에 모여 도자기를 빚는다.

심사위원들은 현장에서 실력을 평가한다. 도예 실력이 서류상으로만 뛰어난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기 위함이다.

이 숱한 평가를 통과한 일부 도공에만 명장 칭호가 주어진다.

명장들은 도예 문화 계승·발전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갖는다.

명장들은 전통 도예 문화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에 나가 전통 도자기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다. 지자체 일부 지원도 있지만 대부분 사비를 털어 나간다. 명장은 도자기 발전을 위한 각종 연구에도 매진한다.

시는 명장으로 선정된 도공에게 조례에 따라 연구지원비(예산 범위 내)를 지원한다.

3년간 총 1000만원 정도로, 매월 28만원이 채 안된다. 명장들은 이 지원금을 연구 활동에 보탠다. 하지만 명장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게다가 시가 지원하는 전체 예산도 매년 들쭉날쭉하다. 2015년 15억원, 2016년 17억원이던 예산은 2017년도 16억원으로 되레 줄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도공들은 물론 일부 명장들조차 생계유지를 위해 경비원, 공사현장 등 부업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도예연구는 '도자기를 빚는 흙', '유약', '성형기법' 등 수십 가진데, 한번 연구에 돌입하면 경제활동을 멈춰야 할 정도로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산 저가 도자기 유입으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도자 연구와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명장들에겐 더욱 버겁다.

명장들은 현 연구지원비가 매달 100만원 이상, 지원기간도 더 늘어야만 연구 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지속적인 도자기 판로 개척 등 도자 산업 육성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시가 지난해 국내·외 10곳에서 도자기 전시회를 연 결과 328개 중 절반 안되는 143개 공방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매출 역시 17억원에 그치면서 도공들의 한숨은 깊어간다.

올해 시는 신규로 '도자 판로 확대를 위한 벼룩시장 운영', '국내시장 경제력 강화를 위한 도자업체 맞춤형 디자인 컨설팅',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전략상품 및 명품개발' 등의 사업을 추가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도예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고 있지만,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현재 도공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도예인들과 머리를 맞대어 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천시의회 김문자 의원이 명장 지원 폭을 늘리기 위한 조례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김문자 시의원은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례안이 미진한 부분이 있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천시가 도자 중심 도시인만큼 도공들에게 많은 지원이 이뤄져 도자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