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고시원 '쪼개기'로 생겨난 반쪽짜리 방
법 테두리 벗어나 … 거주자도 싼맛에 개선 기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주택 이외 거처 중 '기타'에 해당하는 인천 가구는 2016년 기준 1만3246가구다. 고시원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매우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놓인 가구를 뜻한다. 여인숙, 여관처럼 숙박업소 객실에 사는 가구(1900가구)까지 합치면 인천지역 총 106만2828가구 가운데 1.4%에 이른다.

▲불경기·수익 우선주의가 만든 '괴물'

창문 없는 방은 업주들 수익 창출을 위한 산물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시원에 방을 증설하는 '방쪼개기'를 하면서 창문 하나 있던 방을 둘로 나누거나 아니면 아예 내부 공동 시설에 칸막이를 쳐 방을 새로 만드는 일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이 2016년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적발된 원룸·고시원 불법 방쪼개기는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1892건이다. 인천 원도심 고시원들을 취재하면서 '방쪼개기'와 '용도변경' 등 행위가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인천지역 자치단체 관계자는 "고시원 건물이 많아 불법 행위와 관련해 일일이 찾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창문이 없는 방이 안타깝긴 하지만 꼭 불법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창문 없어도 그만"

주택법에는 최저주거기준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이 기준은 1인당 14㎡(4.2평 남짓)에 전용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이 있어야 한다. 고시원은 주거지가 아니라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방이 좁아도, 창문이 없어도 상관없다.

소방시설법상 숙박시설엔 비상 상황 시 탈출로 역할을 하도록 창문 설치 규격을 정해놓기도 했으나 고시원은 숙박시설에도 포함되지 않아 역시 해당 사항이 없다. 고시원은 독서실처럼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다.

▲"환경 개선? 임대료 오르면…"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 방에서 생활하는 일용직 노동자 A(64)씨는 "창문 있고, 세탁기까지 있는 고시원도 있다. 거긴 우리가 비싸서 못 간다"고 말했다. 시설 개선은 곧 임대료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시원 전반적인 환경 개선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복지 관련 한 공무원은 "노인들과 달리 제도적 지원에서 제외된 50대들이 주로 힘든 처지에 고시원, 여인숙, 여관에서 많이 산다"며 "근본적으로 수입이 늘지 않는 한, 환한 창문 있는 집에서 살기 힘든 구조"라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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