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조사·구제 업무 이관' 등 개선안 검토
"인권의 시작과 완성은 지역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보호제도의 효율성을 위해 '지역인권구제권한' 업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도 인권기구들의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2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최근 '인권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인권위는 고유 업무인 '조사 및 구제'를 지방인권기구로 이관하는 등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오래 전부터 인권의 '지역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며 "법에서 국가와 지자체 인권보호 의무를 각각 규정하고, 지자체가 인권구제 업무를 이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도 지난해 12월 '한국인권회의'에서 "인권위가 수행하는 조사 업무를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관하고, 인권위는 국가나 지자체 인권침해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인권위가 '인권기본조례(인권조례)' 표준안을 제시·권고한 이후 전국 86곳 지자체(광역16·기초70)가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도내에는 수원·광명·성남·고양·화성·의정부·김포·오산·구리·광주 등 10곳 이상 지자체가 조례 제정에 동참했다.

수원시와 광명시의 경우 인권조례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권위원회 구성, 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인권담당기구 설치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시행 중이다. 두 곳은 감찰관 제도라 불리는 '인권옴부즈맨' 규정을 두고 있는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이기도 하다.

수원, 광명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는 지자체 인권기구에 속한 인권보호관들이 조사 및 구제에 직접 나서고 있다.

또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통적인 인권 관련현안을 해결하기도 했다.

수원시는 1960년대 공무원 임용시험 당시부터 관행으로 굳어져온 '공무원 시험 소변봉투 사용' 문제를 공론화해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광명시의 경우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공조달 내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이행서약서'를 도입, 이후 업체 90% 가량이 서약에 동참하는 등 지역사회 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지자체 인권기구의 역할은 수년째 확대되지 않고 제자리다. 법령 등에서 기본적으로 인권침해 구제업무는 인권위의 '고유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인권침해에서 나설 수 있는 영역은 출자·출연기관 등 '단체장이 감독권을 가진 곳'에 한정돼 있다.

하나의 인권침해 사안을 두고 인권위-지자체 간 '이중조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일 수원시인권센터 보호관은 "현재 지방인권기구가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시급하다"며 "다만 여러 지자체가 명목상 기구를 두는 경우도 있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