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농협 안성교육원교수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해야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교통사고가 나면 먼저 큰소리를 쳐야 '장땡'이라고 여기고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아예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상대 진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려는 자세보다는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주 본다.

'메르켈리즘'이란 말이 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을 일컫는 말이다. 독일의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권력을 앞세우기보다는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 있는 정책을 펴고 있어 '엄마의 리더십'이라고 불린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 당의 이념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도 받아들이는 소통의 정치를 하고 있다. 정당이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와 의견을 교환한 뒤 적극 반영하는 그이를 한마디로 "국민을 존중하는 경청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경청의 리더십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독일의 총리직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고 최근 4번째 총리직을 연임하게 되었다.

경청의 사전적 의미는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경청의 청(聽)은 임금님이 이야기할 때와 같이 귀를 쫑긋이 하고, 열 개의 눈이 있는 것과 같이 집중을 하며, 그 사람과 하나의 마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다해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소 경청이 이루어진다.

경청을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듣는 것은 경청의 고수라 할 수 없다. 경청의 고수는 감정을 먼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글을 읽을 때 행간을 읽듯이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잘 헤아릴 줄 아는 이가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대부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면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에게 귀가 둘이 있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 이상 하라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가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미덕을 실천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사회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